문 대통령이 참모회의에서 '청와대 불상' 다시 꺼낸 이유는

입력
2022.04.07 21:00
박수현 수석, 문 대통령과 청와대 불상 인연 소개
민정수석 시절부터 불상에 관심, 대통령 때 보물 지정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불교에 대한 '존중'은 한결같다"면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 관저 뒷산 부처님'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5일 북악산 답사 도중 법흥사터로 추정되는 장소에 있는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은 것에 대해 불교계 언론이 비판한 기사를 두고 "언론기사를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참 난감하신 것 같았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앞서 6일 법보신문은 '대웅전 초석을 깔고 앉은 문 대통령 부부'라는 기사를 통해 "청와대의 불교 문화유산 인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불교계 인사들의 비판을 인용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불교중앙박물관장인 탄탄 스님은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면서 "성보를 대하는 마음이 어떤지 이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수석은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5일 법흥사터를 지나면서 체계적인 문화재 발굴조사를 거쳐 기록을 고증하고 그 역사를 불교계와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해명혔다.



"청와대 불상, 문 대통령 조사 지시로 보물 지정되고 원위치 확인"


박 수석은 같은 글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 불상'의 인연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당시 "청와대 관저 뒤편에 부처님 한 분이 계신다"고 소개하면서 "그런데 저는 이 부처님께서 꼭 경주 남산에 계시다가 어떤 연유로인지 지금의 이 자리에 오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문화재 관련 과학기술도 많이 발전했으니 문화재청·서울시·불교계 등과 협의해 이 부처님에 대한 조사를 해보면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경주 남산의 부처님이 맞다'는 결론이 나서 경주로 모셔 가야 한다는 제안이 생기더라도 불교계의 의견이 최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불상'의 등록문화재 명칭은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다. 문 대통령의 조사 지시를 계기로 가치가 재평가돼 2018년 4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1977호로 지정됐다. 통일신라 9세기에 조성된 석불좌상으로, 원위치로는 경북 경주시 도지동 이거사(移車寺)터가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기 때문에 경주시 쪽에서 원래 위치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불상은 1912년쯤 경주금융조합 이사였던 오히라 료조(小平亮三)가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당시 조선총독에게 바쳐 그의 관사가 있던 서울 남산 왜성대로 옮겼다가, 1939년 경복궁에 새 총독관저(현 청와대 자리)를 지으면서 지금 위치에 자리 잡았다.



"청와대 불상 제대로 모시게 된 건 부처님 은혜 덕분 아닌가 생각"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서 일하던 시절에도 해당 불상에 관심을 가졌으며, 청와대 직원 오리엔테이션에서 해당 불상에 대한 설명을 직접 하는 등 각별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7일에도 20여 분에 걸쳐 관저 부처님에 대해 설명한 후 "사실 제가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에도 그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는데 그후 진척이 없었다"면서 "대신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 부처님을 제대로 모실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역시도 부처님의 가피(은혜) 덕분이라 생각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불상과의 인연을 재차 언급하고 박 수석이 이를 공개한 것은 문 대통령이 절 터 초석 위에 앉은 게 불교 문화유산에 대한 존중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는 천주교인이지만 천주교의 교리와 불교의 진리는 결국 하나로 만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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