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년 이상 급감했던 해외여행 수요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으나,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은 여전히 심야 항공기 운항을 제한하고 있어 여행 수요 증가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24시간 항공기가 활주로에 내리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2020년 4월부터는 방역당국이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도착 항공기 운항 통제 시간(커퓨·curfew)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시간 동안에는 인천공항에서 국제선 항공기가 이륙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해 탑승객이 국내에 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김포공항 등에서 공항 인근 주민들이 밤새 소음에 시달리는 것을 막기 위해 커퓨 적용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인천공항은 '원활한 방역 관리'가 커퓨의 목적이다.
그런데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입국자 격리 의무가 사라지고, 백신 미접종자 전용 방역교통망 운영을 중단하는 등 공항 방역 조치가 속속 완화되고 있지만, 인천공항 커퓨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항 검역관 퇴근을 위해 커퓨를 해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줄어든 국제선 정기편을 단계별로 늘리고 시간당 도착 항공편수(슬롯·slot) 제한도 2년 만에 완화하기로 한 상황에서, 자칫 커퓨 해제가 늦어지면 항공수요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현재 10편인 슬롯 제한을 다음 달부터 20편으로 늘리고, 7월 이후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40편)까지 회복시키기로 했다. 유럽·북미행의 경우 출입국 규제 완화로 올해 국제선 공급 좌석이 지난해 대비 100% 증가한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인천공항 전체 도착 항공편의 약 23%가 오후 8시 이후 시간대에 집중됐을 정도로 야간 도착이 활발했다"며 "저비용항공사(LCC)의 주력 노선인 괌, 동남아 등 단거리의 경우 현지 출발이 조금만 늦어지거나 당겨지면 (커퓨에 걸려 도착할 수가 없어) 운항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커퓨는 슬롯 제한과 함께 선제적으로 풀어야 하는 규제"라며 "해제가 지연되면 항공사 경쟁력 약화는 물론 항공수요가 다른 항공사나 나라로 이탈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커퓨 해제를) 관계기관과 협의 중에 있다"면서도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