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관객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배우들은 학교폭력 가해자의 시선을 담은 이 작품을 보며 함께 분노해 달라고 말했다.
7일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김지훈 감독과 설경구 천우희 고창석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오달수 또한 함께할 예정이었지만 불참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렸다. 학교 폭력 소재를 차별화된 관점으로 그려내며 화제를 모았던 동명 연극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김 감독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 대해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기존의 많은 영화들이 학교폭력에 대해 진심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피해자 중심에서 가해자 중심으로 서사를 풀었다. 아픔과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목 속 '니 부모'가 가해자의 부모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촬영을 하는 동안 영화의 주제와 관련해 느낀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정답이 없고 사실 나도 잘 모르겠더라. 배우들과 내가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듣고 느끼려고 했다. 배우들도 현장에서 고민을 많이 한 듯하다"고 말했다.
배우들 또한 작품과 관련해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가해자의 시선을 다룬 이야기를 보며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꼈다.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전달됐다"고 전했다. 천우희는 "원작 연극을 봤다. 낭독 공연도 봤다. 너무 흥미로운 공연이었다.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 연극적으로 보이는 것과 영상으로 표현되는 건 다르니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고 밝혔다.
고창석은 부모로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며 분노를 느꼈다. 난 배우이기 전에 부모이기도 하다. '나였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라고 생각해 봤는데 자신이 없더라. 영화를 찍으며 정말 내가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 보고 싶었다. 혼란스러웠지만 뜻깊게 작업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설경구와 고창석은 2013년 개봉한 영화 '스파이'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설경구는 고창석에 대해 "항상 든든한 배우다"라고 말했다. 배우들과 종종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는 그는 "우리가 고창석씨를 많이 괴롭혔다. 심부름을 시켰다"고 이야기했다.
고창석은 "형들이 더 못 돼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닭집에서 꼬막을 사 오라고 하고 횟집 가면 파전을 가져오라고 한다"고 장난스레 말했다. 또한 "저녁에 모여 치열하게 얘기했다. 짓궂게 심부름을 시켜도 정말 즐거웠다"고 했다.
천우희는 "손에 꼽을 만큼 훈훈하고 끈끈했던 현장이었다"며 촬영장을 떠올렸다. 이어 "선배님들이 다들 친하시니까 웃으며 연기하셨다. 그 와중에도 대본을 놓지 않으시더라.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며 '역시 고수들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굉장히 애를 써서 만든 영화다. 완성도가 높은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같이 아파해 주시고 분노해 주셨으면 좋겠다. 피해자의 얼굴과 마음을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천우희는 "감독님과, 배우분들, 스태프분들이 진심으로 촬영했다. 이 영화가 학교폭력에 관한 거라 불편하실 수도 있다. 그런데 불편해도 이야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창석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17년 촬영이 끝났으나 5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김 감독은 "죄송한 마음이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인적인 고민이 있었지만 개봉을 하고 싶었다. 많은 말씀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겠다. 영화를 보시고 평가해달라.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다"고 전했다.
설경구 천우희 고창석의 깊은 고민이 담긴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오는 27일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