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영 "댄스곡 컴백, 즐거워서 한 것 아냐" (인터뷰②)

입력
2022.04.07 07:00

"제 과오로 인해 지금까지 제가 대중에게 보여드렸던 모습이 모두 거짓으로 비춰질까봐 걱정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매 순간 제가 보여드린 모습들은 모두 진심이었다는 것만은 알아주셨으면 해요"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딛고 1년 5개월 만에 복귀에 나선 가수 홍진영이 전한 바람이다.

홍진영은 지난 4일 새 디지털 싱글 '비바 라 비다'로 컴백을 앞두고 본지와 대면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랜 공백 끝 그가 선보인 '비바 라 비다'는 지난 6일 정식 발매됐다.

"신곡의 밝은 분위기, 오해 낳을까 걱정"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던 사태 속 힘든 자숙기를 보냈던 홍진영이 다시 한 번 대중의 앞에 설 용기를 갖게 된 데에는 이번 신곡에 참여한 조영수 작곡가의 힘이 컸다. 홍진영은 "조영수 작곡가가 굉장히 큰 힘이 됐다"며 "이번 곡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고 하시더라. 좋은 곡이 없었다면 컴백을 더 주저했을 수도 있는데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용기를 얻고 컴백을 결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숙 끝 돌아온 만큼 컴백 타이틀 곡은 애절한 발라드 곡이 되지 않을까란 예상을 뒤엎고 홍진영이 택한 장르는 라틴 댄스였다. 신나는 멜로디와 희망과 위로를 담은 '비바 라 비다'의 가사는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사실 발라드 곡을 준비했었어요. 그 곡으로 컴백을 하려 했었고요. 그런데 저도 고민이 많았고 회사에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홍진영의 트레이드 마크는 '사랑의 배터리'처럼 신나는 곡이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발라드 곡은 아니다' 싶어서 준비를 다 해놓고 방향을 틀었어요. 컴백을 해서 다시 예전처럼 많은 사랑을 받아야겠다는 욕심보다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한 선택이었어요. '신나는 곡('사랑의 배터리')으로 시작했으니 또 한 번 신나게 해보자 싶었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은 선택이었지만 밝은 곡 분위기가 또 다른 오해를 낳진 않을까란 걱정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절대 지금 제 마음이 즐거워서 이렇게(밝은 곡을)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접하시면 제가 생각 없이 너무 해맑아 보이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모습으로 인해 제 심정과 마음가짐이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것 만큼은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가수란 무대 위에서 3분 동안 연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도 힘든 일이 있거나 지쳐도 무대에서만큼은 항상 웃으면서 즐거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었거든요. 이번 신곡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 노래를 들으시는 3분 동안 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여러분들이 이 곡을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거니 좋은 시선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두렵고 무섭지만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각오를 다지고 복귀에 나섰지만 여전히 두렵고 무섭다는 그다. 하지만 홍진영은 이 상황을 면피하는 대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열심히 부딪혀 볼 계획이다.

"물론 저의 과오로 인해 실망하신 분들도, 저를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제가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언젠간 조금이라도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려고요. 제가 혼자였다면 사실 큰 걱정 없이 '그냥 나만 힘들면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제게는 책임져야 할 회사 직원들이 있잖아요. 그만큼 제 어깨가 무거운 것 같아요. 이 상황이 힘들다고 도망치고 주저앉아 버리면 지금까지 저를 믿고 따라온 직원들은 한 순간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이니까요. 제가 힘들다고 직원들까지 그렇게 만들 순 없죠."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스스로가 위축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많은 것이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뼈아픈 과오를 통해 깨달은 것처럼, 그는 이제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나아갈 채비를 마쳤다.

"정작 멘탈을 잡으려고 하면 주변의 한 마디에 고꾸라지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엔 스스로 굉장히 단단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 말이 또 오해를 사진 않을까'란 걱정에 자꾸 위축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도 안 만나게 되고, 심장도 콩알만 해 지더라고요. 이제는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나아가려 해요. 예전에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뭐든 '빨리빨리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 느리게 걷더라도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과 모든 것들을 천천히 잘 준비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신인 홍진영으로 봐 주셨으면"

이제 자숙기를 끝내고 다시 가수 홍진영으로 대중의 앞에 선 그는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신인 가수 홍진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모든 것이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임하려고요. 과거 제가 그랬듯이 이번에도 제가 나아갈 길이 험난하고 힘들지언정 다시 조금이라도 예쁨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노력해야죠. 그러니 제가 많이 미우셔도 조금이라도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다만 이번 컴백 활동에서 홍진영은 일부 음악 방송을 제외하고 일체의 방송 활동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활발한 방송 복귀보단 '가수 홍진영'으로서 다시 대중에게 인정 받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신중하게 생각을 해서 선택을 할 예정이에요. 지금은 스스로도 방송 욕심이 많지 않은 상황이고, 그게(방송 활동이) 먼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 음악을 다시 좋아해주시고 '가수 홍진영'으로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앞으로 차차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 있거나 기회가 온다면 (방송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화 된 것은 전혀 없어요. 이번 활동에서는 '인기가요' 출연이 첫 방송이자 마지막 방송이 될 것 같아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그는 이날 인터뷰 말미 미처 전하지 못한 자신의 진심을 덧붙였다. 그의 오랜 고민을 담은 이 이야기는 아마 긴 시간동안 홍진영이 가장 전하고 싶었을 바람이었다.

"제 과오로 인해 제가 지금껏 활동하면서 보여드렸던 모습들이 모두 거짓으로 비춰질까봐 걱정이 됐어요. 하지만 저는 여태 무대 위에서, 또 대중분들과 팬분들 앞에서는 항상 진심이었어요. 그 진심만큼은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스스로 항상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진심을 담아 공연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모습까지 거짓으로 비춰질까 걱정이 컸어요. 부디 저의 진심만큼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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