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대통령실, '어공 논공행상' 줄이고 소수정예 부대로

입력
2022.04.06 20:20
4면
'靑인력 30% 감축' 달성은 어려워

대통령 비서실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구상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청와대 인력 30% 감축'은 실현이 어렵다고 보고 있지만, '어공'(어쩌다 공무원) 기용은 최소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어공'은 대선 캠프에 참여한 공을 인정받아 정부 요직에 진출하는 비(非)공직자를 가리키는 정치권의 표현이다. '어공'을 줄이는 건 소수 정예로 꾸려진 '일하는 대통령 비서실'을 정부 부처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6일 '청와대 인력 30% 감축' 공약에 대해 "검토를 하는 단계"라면서도 "필수 인원이 많아 생각만큼 인력을 파격적으로 줄이지는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에선 현재 443명이 근무한다. 윤 당선인의 공약 대로라면 310명 정도로 감축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이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조직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라며 소폭 축소에 무게를 뒀다.

대신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 비서실의 '어공'을 줄이기로 했다. 통상 정권 출범기에는 대통령 비서실 정원의 절반 가까운 인력이 선거 별정직 '어공'으로 채워친다. 정권 임기 중반이 넘어가면 '어공'들은 선거에 출마하거나 기업, 공공기관에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윤 당선인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논공행상식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어공'을 최소화할 것"이라면서 "일 잘하는 능력을 잣대로 뽑은 참모들과 함께 비서실을 소수정예 부대로 만들겠다"고 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직은 폐지가 확정적이다. 정책실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신설된 자리로, 박근혜 정부에서 폐지됐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의 정책 의제 조율 기능을 중시해 복원했다. 윤 당선인 측은 개별 부처 업무에 대한 대통령 비서실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대통령실 내부 보고 단계를 줄이기 위해 정책실장직을 다시 없애기로 했다. 수석비서관 중엔 민정수석과 일자리수석 폐지가 유력하다.

대통령실 산하에 설치될 민관합동위원회는 각종 정책에 대한 자문기구 역할을 맡게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의 높은 벽을 두려워해 공직에 나서길 꺼려하는 민간 분야 인재들을 민관합동위원회에 모아 국정에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민관합동위원회가 정책결정을 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위원회에 큰 권한을 주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유명무실했던 역대 '위원회'들이 실패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윤석열표 민관위원회'에 청와대 정책실 역할을 맡기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이를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위원회를 통해 민간 인재와 직접 소통하겠다는 뜻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