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조남관(57) 법무연수원장이 5일 사의를 표명했다. 대선 이후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중 첫 용퇴 사례다. 조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검찰총장 시절 직무배제와 징계·사퇴 당시 대검 차장검사로서 세 번에 걸쳐 총장직을 대행했다.
조 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사직 인사 글을 올리고 "27년여 동안 정들었던 검사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법이 가는 길에는 왼쪽이나 오른쪽이나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게 검사로서 항상 가슴에 품었던 생각"이라며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라 정의와 공정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를 인용하며 "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로움이 없다는 마음으로 여러분께 작별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고 했다.
전북 남원 출신인 조 원장은 1995년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으로 파견된 뒤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거치면서 '친정권 검사'로 분류되기도 했다.
조 원장은 2020년 말 윤 전 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갈등 국면에서 대검 차장 자리에서 중재 역할을 했다. 검찰 내부에선 "당시 중심을 잘 잡아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 전 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청구하자 '징계 철회'를 요청하는 등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도 했다. 한명숙 사건 감찰 방해 의혹 등에 대해서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의중과 대립되는 의견을 밝혔으며, 법무부의 편향 인사에 반발하기도 했다. 조 원장은 지난해 6월 고위 간부 인사에서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장으로 이동했다.
대선 이후 검찰 고위직 사직은 이날 조 원장이 처음이다. 검찰 내부의 두터운 신망을 토대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터라 그의 사직은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 검찰 간부는 "새 정부의 검찰 인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내린 선택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 원장은 본보 통화에서 "나갈 때가 되어 떠나는 것으로만 이해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검찰 주변에선 조 원장을 시작으로 다른 검찰 간부들도 잇따라 옷을 벗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만간 법무부 장관 인선이 마무리되면 6~7월 대규모 검찰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