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원자재 중 7개는 러-우 비중 20% 미만… "하반기 가격 안정화 기대"

입력
2022.04.05 16:30
무협, 주요 11개 원자재 공급구조 분석
다른 지역에서 주요 품목의 생산 늘어날 것으로 관측


최근까지 국내·외 물가 상승을 부추긴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엔 안정화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공급망 불안 등에서 급등세로 접어든 국제유가 및 비철금속, 곡물을 포함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향후 다른 지역에서의 생산 증가에 힘입어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대두되면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5일 발간한 '주요 원자재 공급망 구조 분석 및 가격 상승의 영향' 보고서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 원인은 공급 부족보다는 전쟁 불안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원자재 가격은 급등 후 최근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에 들어가면 불안심리 완화와 재고 증대에 힘입어 하락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보고서는 에너지(원유·석탄·천연가스), 비철금속(구리·알루미늄·니켈·팔라듐), 곡물(옥수수·소맥), 희귀가스(네온가스·크립톤) 등 4개 분야 11개 품목의 공급 구조와 해외 기관의 가격 전망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특히 11개 품목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의존 비율이 높은 품목은 비교적 많지 않은 데다, 이마저도 불안정성이 갈수록 줄어들 요인들이 많다는 게 연구원 측의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크립톤(80%), 네온(70%), 팔라듐(42.9%), 소맥(26.6%)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품목도 있지만, 천연가스(16.8%), 옥수수(13.8%), 원유(13%), 니켈(11.3%), 알루미늄(5.6%), 석탄(5.3%), 구리(3.9%) 등 비중이 20% 미만인 품목이 다수다.

에너지 원자재 가운데 원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급 불안 등으로 지난달 배럴당 가격이 지난해 말 대비 무려 645% 오른 128달러까지 급등했지만, 실상 러시아의 공급 비중이 13% 수준인 데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비축유 방출, 공급 확대 기대 등으로 한풀 꺾인 모습이다.

보고서는 “원유 가격이 하반기 중 배럴당 80달러대에 진입하며 현재가 대비 20% 내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면서 “석탄은 톤당 150달러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초 톤(t)당 440달러 선에서 거래됐던 석탄은 지난 1일 톤당 259달러로 40% 이상 하락했다.

러시아의 생산 비중이 큰 니켈과 팔라듐도 최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원자재들이지만, 니켈 가격 급등은 공급 불안과 중국 칭산그룹의 공매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는 게 연구원 판단이다.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급등한 니켈 가격의 경우엔 하반기엔 현재에 비해 30% 안팎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서는 관측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빵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세계 수출 비중이 높았던 소맥(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의 안정세도 점쳐졌다. 옥수수 세계 수출의 13.8%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의 공급 차질로 지난달 가격이 작년 말 대비 28.9% 상승했지만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주요 옥수수 생산국이 수출 물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생산의 25.6%를 차지하는 소맥도 인도, 호주 등지의 공급 물량 증가로 가격 하향 안정화가 기대된다.

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선 △핵심 원자재 비축 확대 △원자재 재수출 및 매점매석 제한 △수입관세 인하 △해외 자원개발 △원자재 가공·처리기술 확보 등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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