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의 공사 책임과 위험을 하도급 업체에 떠넘기는 관행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 1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도 마찬가지다. 이를 뿌리 뽑기 위해 서울시가 나선다. '직접 시공'을 확대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공사장 안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시는 3일 "시와 투자·출연기관이 발주하는 주요 공사의 경우 하도급을 주지 않고 직접 시공하도록 관리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직접 시공은 건설업자가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하도급 대신, 자체 인력과 자재(구매 포함), 장비(임대 포함)를 투입해 건물을 짓는 것을 말한다.
이번 방안은 지난달 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림·봉천터널’ 현장방문에서 강조한 '하도급 안전관리 강화'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오 시장은 “공사현장의 안전문제가 대부분 하도급에서 생기고 있다”며 “직영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시는 건설협회, 시공사, 외부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직접시공 확대·관리방안을 마련, 부실 시공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히는 오랜 하도급 악습을 근절하기로 했다.
우선 시는 공공 발주의 경우 토목·골조 공사 등 안전과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공사는 직접 시공 대상으로 지정하고 입찰 공고문에도 명시하기로 했다. 또 시와 투자·출연기관은 발주 전 원수급자가 반드시 직접 시공할 공사종류(공종)를 지정한다. 아울러 원수급자는 공사 계약 후 공고문에 명시된 대로 시공 계획서를 작성해 발주기관에 제출하고 이에 따라 건물을 완성해야 한다. 외주에 따른 책임 회피 가능성을 차단한 셈이다.
300억 원 이상 대형공사 입찰 평가 때는 이 같은 직접 시공 계획 비율이 건설사 선정을 좌우할 수도 있다. 직접 시공 50% 이상은 3점, 40% 이상은 2점 등 비율에 따라 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설 점검반 ‘공정건설지킴이’를 신설해 건설사가 제출한 직접 시공 계획 이행 여부를 상시 점검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공사장 출입을 전자로 기록하는 ‘전자인력관리시스템’ △근로자 노임 지급현황 △안전교육 일지 △4대보험 가입 여부 등을 토대로 직접 시공과 불법 하도급을 확인할 계획이다.
시는 직접 시공 비율이 50% 미만인 공사도 하도급계약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하도급 계약 내용이나 시공 능력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에만 심사해왔다. 시는 직접 시공 의무대상 기준을 70억 원 미만에서 100억 원으로 확대하고, 도급 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공사에 일괄적으로 50% 이상 직접 시공이 적용되도록 법령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제현 시 안전총괄실장은 “공정한 건설문화 정착과 건설공사의 품질·안전 확보를 위해 건설현장의 고질적 하도급 관행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시공사가 책임지고 직접 시공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