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회사의 이상한 채용 과정을 목격했다. 계약직 채용 공고를 내긴 했지만 형식적 공고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이사장 자녀들이 내정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였다. 그는 "실제로 이사장 자녀들이 입사했고, 계약직으로 얼마간 일하다 곧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A씨가 근무 중인 새마을금고는 직원 2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공정채용'을 공약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부당한 채용은 근절될까. 노동계는 회의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절차적 공정성만 규정한 현행 '채용절차의 공정화를 위한 법률'(채용절차법)을 '공정채용법'으로 개정해 친인척 고용 승계나 전·현직 임직원 자녀 특혜 채용이 적발될 경우 입사 무효화 등을 약속했지만, 정작 '알맹이'가 빠졌다는 것이다.
현재 채용절차법은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법 개정에 들어가야 할 '30인 미만 사업장도 확대 적용'이 빠진 데다, 거짓 채용 광고와 차별, 근로계약 위반 같은 각종 꼼수와 사기가 판치는 현실부터 바로잡는 게 먼저라고 주장한다.
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불공정 채용 관련해 가장 많이 접수되는 제보 유형은 '채용사기'다. 막상 입사했더니 채용 공고와 연봉이나 업무가 다르다는 호소다. 거짓 채용 광고 등은 채용절차법이 엄연히 금지하는 행위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규제 대상이 아니고, 30인 이상이라도 적극적인 처벌이 없어 법이 유명무실하다.
정규직으로 입사한 B씨는 3개월 수습기간 후 근로계약서를 쓰면 된다는 회사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하지만 회사가 내민 계약서엔 '계약기간 1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B씨는 "회사는 연봉 계약일 뿐이라고 하지만 계약서엔 분명 기간이 끝나면 자동 계약 종료라고 돼 있다"고 했다.
C씨도 대형병원 취직 후 전혀 다른 일에 투입됐다. 공고엔 진료지원 보조업무라 써있었지만 수술방에 들어가라고 했고, 수술실 오염물질 수거와 세척부터 수술실 준비, 교수 방 청소, 설거지까지 시켰다. C씨는 "병원은 채용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만 한다"고 답답해했다.
이 외에도 면접에서 연봉 3,500만 원을 받기로 했지만 입사 후 인하를 강요받은 사례, 면접과정에서 출신 대학, 혼인 여부 등을 이유로 차별적 발언을 들은 사례 등이 다수 접수됐다.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결과 근로계약서를 작성·교부받지 못한 노동자는 29%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는 그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채용비리와 사기, 차별, 계약위반 등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30인 미만 사업장에도 공정 채용을 적용하는 전면적 법 개정과 함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익명 신고센터 운영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이진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지금까지 부정행위가 방치돼 왔기 때문에 각종 불법, 부당한 일들이 법망을 피해 벌어진 것을 인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채용절차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해 실질적으로 공정한 채용이 이뤄지고 불공정 행위가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