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순수 국내기술로 만든 공군 ‘KT-1 훈련기’ 두 대가 비행훈련 중 충돌해 학생조종사 등 탑승자 4명이 전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기종의 추락 사망 사고는 19년 만이다. 공군은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공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7분쯤 경남 사천시 공군 제3훈련비행단 기지 남쪽 약 6㎞ 지점에서 비행하던 KT-1 훈련기 두 대가 부딪쳐 정동면 고읍리 야산으로 추락했다. 사고 훈련기는 복좌(2인승) 형태로, 각각 학생조종사(중위) 한 명과 비행교수(군무원) 한 명씩 총 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고 직후 조종사들이 비상탈출했지만, 전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순직자는 정종혁ㆍ차재영 중위, 전용안ㆍ이장희 비행교수다. 4명의 시신은 즉시 수습돼 3훈련비행단 내 영안실에 안치됐다.
사고는 두 훈련기가 오후 1시 32분쯤 공중비행훈련을 위해 연달아 이륙하고 5분 만에 발생했다. 충돌 직후 주변에 부서진 기체 파편이 튀면서 차량 한 대가 파손되고 한 교회 옥상에 불이 붙기도 했으나, 민간인 사상자는 없었다. 훈련 기종이기는 해도 전투기 두 대가 추락하면서 많은 잔해가 쏟아져 피해 범위가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도 “사고 당시 큰 폭발음과 함께 하늘에서 파편이 사방으로 떨어졌다”는 목격담이 잇따랐다.
아직 구체적 사고 경위 및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두 번째 훈련기가 훈련 차원에서 ‘계기비행’ 방식으로 이륙한 것으로 파악돼 사고 관련성 여부가 주목된다. 계기비행은 조종사가 육안으로 지형지물 등을 살피는 시계비행과 달리 항공기에 장착된 계기에만 의존해 비행하는 방식이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가 모두 숨져 기체 결함, 기상, 조종 미숙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군은 신옥철 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행사고 대책본부를 꾸려 다각도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순직자들에게 즉각 애도의 뜻을 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날 조종 훈련 중 안타까운 사고로 순직한 이들의 명복을 빌고, 슬픔에 잠겨 있는 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KT-1은 노후화한 미국산 공군 중등훈련기(T-37)를 대체하기 위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양산 기본훈련기다. 2000년부터 실전 배치됐으며, 주로 전투기 조종사 후보생들이 기초 조종기술을 익힐 목적으로 탄다. 인도네시아 터키 페루 세네갈 등 세계 각국에 수출된 효자 기종이기도 하다.
KT-1 훈련기는 지금까지 더러 사고를 일으켰다. 가장 최근인 2016년 공중에서 엔진이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다행히 조종사가 48㎞를 활공 비행한 뒤 비상 착륙해 사람과 기체 모두 무사했다. 2003년엔 비행훈련 도중 기체가 추락해 조종사 한 명이 사망했다. 공군은 당시 엔진 전자제어장치 스위치를 잘못 조작한 조종사 과실로 결론 내렸다. 해외 사고도 있었다. 2015년 3월 15일 인도네시아 공군 소속 KT-1 훈련기 두 대가 말레이시아에서 에어쇼 연습 도중 충돌해 추락했다. 탑승 조종사 4명은 추락 직전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올 들어 공군 전투기 사고는 세 번째다. 앞서 1월 4일 충남 서산에서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A가 훈련 비행 중 랜딩기어(착륙장치) 고장으로 동체착륙했고, 같은달 11일엔 노후기종인 F-5E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 한 명이 숨졌다. 공군 조사 결과 F-35A 사고는 독수리와의 충돌이, F-5E 사고는 부식된 연료도관에서 샌 기름이 원인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