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미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윤 당선인의 특사 격인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이 3일 미국을 찾아 실무 협의에 들어간다. 미국은 ‘한미동맹 강화’를 내건 윤 당선인이 가장 신경 쓰는 나라다. 대표단의 최우선 과제인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시작으로 차기 정부의 외교정책 다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이 3일 출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잠정 5박 7일 일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표단 단장과 부단장은 국민의힘 박진ㆍ조태용 의원이 각각 맡고 중국 일본 국방 경제안보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단원으로 함께한다. 이들은 미 행정부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 양국의 주요 현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통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단계에서 대표단 파견의 가장 큰 목적은 카운터파트와의 상견례다. 하지만 최근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을 필두로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윤 당선인 측은 이번 방미에서 실질적 협의 및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인수위의 최대 관심 사안은 한미정상회담이다. 원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5월 ‘쿼드(Quadㆍ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할 때 자연스레 한국도 찾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최근 호주 총선 일정 등이 변수로 떠올라 방한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에 대표단은 윤 당선인 방미를 포함,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미국 측과 교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분야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발사와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 움직임에 대응해 양국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다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 갈등 여파로 국제사회의 대북공조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한미 모두 손에 쥔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미국이 중러에 전력을 쏟고 있는 터라 대북 공조 수위를 높이자는 우리 측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대표단은 일단 윤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한미 확장 억제’ 강화 방안들을 포괄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ㆍ국방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실질적 가동, 한미연합 군사연습(한미훈련) 실기동 훈련 부활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한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은 ‘인도ㆍ태평양전략(인태전략)’ 등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는 일이다. 미국도 적극적이고, 윤 당선인 역시 ‘쿼드 산하 워킹그룹 참여’ ‘인태경제프레임워크(IPEF) 활용’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큰 이견은 없을 전망이다. 물론 아직 미국이 IPEF 세부 내용 등과 관련해 완성된 계획을 공개한 적은 없어 어떤 분야에서 한미 협력이 가능할지,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선에 그칠 수도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새 정부 출범 전에 공약 이상의 구체적 쟁점을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특사에 준하는 대표단을 보낸 만큼 윤석열 정부가 한미관계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는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