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울산의대, 실제론 서울아산의대"

입력
2022.04.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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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료 위해 울산서 개설허가 받았음에도
의대생 교육·수련이 서울아산병원서 진행
교육부 시정명령에도 서울 딴살림 그대로

울산대 의과대학이 교육부로부터 "울산에서 수업하라"는 시정명령을 받고도 여전히 '서울 수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울산대병원분회는 31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대 의대는 이름만 울산일 뿐 교육과 수련 모두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울산대 의대 설립 취지를 훼손하고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산대 의대는 1988년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방대 육성을 목적으로 정부의 신설 인가를 받았다.

울산대 의대가 교육당국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분회 측은 “교육부가 올해부터 울산의대의 모든 이론 수업과 실습 교육을 부속병원인 울산대학교 병원에서 시행할 것을 지시했는데도 대학 측이 이행하지 않는다”며 “아산병원에 있는 강의실, 교수연구실, 행정실 등을 모두 의대 설립을 허가받은 울산으로 환원하라”고 촉구했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사립대학이 의대를 운영할 경우 부속병원을 갖추어야 하고,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할 경우 그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에 위탁해 교육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소재 사립 의대는 교수진과 실습환경 등을 이유로 수도권 소재 협력병원에서 수업을 진행해왔고, 이는 공공연한 관행으로 굳어졌다.

이 때문에 열악한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세워진 지방 의대가 정작 지역사회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울산은 2020년 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연령표준화사망률이 전국 1위에 달하는 등 각종 지역 건강지표에서 최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5명으로 전국 7대 광역시 중 가장 적다. 김재선 울산대병원 분회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탓에 지역인재 30% 선발 권고도 지키지 않고, 지역 할당비율 10%정도만 유지하고 있다”며 “울산대 의대 출신 의사 중 졸업 후 울산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7%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매년 지적이 나오자 교육부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지방 사립 의대 운영 실태조사를 벌여 울산대 가톨릭관동대 동국대 성균관대 순천향대 한림대 등 6개 대학에 시정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결국 올해 초 해당 대학들은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이뤄지던 의대수업 중 일부를 지방 시설에서 실시하겠는 시정계획서를 제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의실이나 실습실 건립 재원 마련 방안 등 구체적 일정을 밝히도록 계획서 보완 요청을 해 둔 상태”라며 “이행여부에 따라 모집정지나 정원 감축 등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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