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논란으로 위기에 직면한 게임사들이 뿔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으로 주가 하락에 직면한 크래프톤과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을 대규모로 매각해 도마에 오른 위메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31일 열린 양사의 주주총회에서 나온 주주들의 날 선 비판에 회사 측 경영진들은 진땀을 흘리면서 주주 설득에 주력했다.
이날 31일 서울 강남구 소노펠리체 컨벤션에서 개최된 크래프톤의 정기 주주총회엔 300여 명의 주주가 몰렸다. 상장 이후 첫 주총인 데다, 공모가(49만8,000원) 대비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크래프톤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절박한 심정을 가진 투자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앞서 크래프톤은 온라인 3인칭 슈팅게임(TPS)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지난해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예상보다 높은 공모가인 49만8,000원에 상장, 국내 게임사로는 최초로 시가총액 20조 원을 넘어서는 소위 ‘대박’을 쳤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20만 원대로 떨어지면서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실망은 커졌다. 글로벌 지적재산권(IP)인 배틀그라운드의 이름값은 여전히 공고하지만,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더해 배틀그라운드 이후에는 신작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주총에서도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상장 당시 공모가가 적정했다고 생각하나", "무상 증가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계획이 있나", "주가는 계속 떨어지는데 직원들 월급은 계속 오르는 게 적절하다고 보나" 등을 포함한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크래프톤 측은 당장의 주가 회복보다는 본질에 집중해 장기 성장을 도모하겠다며 주주들을 달랬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저를 비롯한 경영진 전체가 주가 하락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크래프톤이 가진 본질적인 핵심 가치를 고도화해 회사가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이날 주총에서 블록체인 관련 사업 및 연구개발업을 사업 목적에 새롭게 더하는 안건을 올리는 등 신규 사업 진출 및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영화와 드라마, 디지털콘텐츠, 음악, 만화, 인터넷만화(웹툰) 제작 및 유통업 등도 새롭게 사업 목적에 추가됐다.
같은 날 주주총회를 가진 위메이드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앞서 위메이드는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를 사전 예고 없이 대량 매도,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며 투자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최근에는 위믹스 매각 대금을 매출로 처리했다가 정정공시를 통해 부채로 수정하는 등 '매출 부풀리기' 논란에 휘말렸다. 주가도 지난해 11월 24만5,700원에서 이날 종가 기준 10만3,500원으로 50% 넘게 폭락했다.
위메이드가 내세운 달래기 방법은 적극적인 '소통'이었다. 위메이드는 주주총회에 직접 오지 못하는 주주와 투자자 등을 위해 주총이 끝난 뒤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주주간담회를 따로 개최하는 등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블록체인 게임시장의 선두주자로서의 타사와 비교해 위메이드만의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주주들과 직접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편하게 소통하는 자리를 계속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논란에 대해선 "대단히 큰 일이 벌어지는 것마냥 악의적인 가짜뉴스들이 보도됐다"면서 "(정정공시는) 직접 발행한 코인을 팔아 발생한 수익은 매출이 아닌 부채로 잡는 게 맞다는 회계법인 측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