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지산이 분화할 경우 즉시 피난 대상이 될 주민이 8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용암류가 3시간 이내 도달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도 11만 명이 넘었다. 대규모 피난 인파가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길이 막힐 수 있어 도보가 권고됐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시즈오카, 야마나시, 가나가와 등 후지산 인근 3개 현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후지산 화산방재 대책협의회’는 전날 후지산 분화 시 광역 피난계획 개정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지난해 최신 연구와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해저드 맵(재해 예상 지도)’을 개정한 데 맞춰 기존의 광역 피난계획도 재검토해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정판 재해 지도는 후지산의 분화 시 용암 분출량이 이전의 약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고, 이에 따라 용암류가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기초지자체의 규모도 15곳에서 27곳으로 늘어났다. 피난 대상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80만5,627명에 달한다. 이 중 용암류가 3시간 내 도달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1만6,000명에 달해, 기존의 7배로 늘었다.
대피 대상자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들이 모두 차를 몰고 대피할 경우 심각한 도로 정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지적됐다. 중간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용암류는 걷는 속도보다 느리다”며 자력으로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나 장애인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도보로 피난하는 것을 권고했다. 다만 화구에 가까워 화쇄류(고온의 분출물이 흘러내리는 현상) 등의 발생이 예상되는 8개 기초지자체(주민 약 5,500명)에 대해서는 즉시 차량 등을 이용해 피난할 것을 촉구했다.
각 지자체는 광역 피난계획에 근거해 지역별로 구체적인 재난 대책을 수립하게 된다. 시즈오카현 지사는 “지금까지 자동차로 피난 훈련을 해 왔는데 도보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후지산은 문헌 기록이 남아 있는 781년부터 총 17차례 분화했다. 가장 최근 폭발한 것은 1707년으로 300여 년 전이다. 시즈오카 경제연구소는 “300년간 분화하지 않아 언제 분화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민간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광역 피난계획의 조기 개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