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롤린'으로 K팝 시장에 유례 없는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키며 데뷔 10년 만에 최고의 주가를 기록했던 브레이브걸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롤린' '운전만 해'의 역주행 이후 발매한 '치맛바람'까지 정주행에 성공하며 자타공인 대세 반열에 이름을 올렸지만 어쩐지 이번 컴백을 향한 반응은 이전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대체 이유가 뭘까.
브레이브걸스는 지난 14일 새 미니앨범 '땡큐(Thank you)'를 발매하고 올해 첫 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 한 해 역주행 신화에 이어 정주행 히트까지 기록하며 K팝 시장에서 뜨거운 이슈를 모았던 만큼 이들의 컴백을 향한 팬들의 기대는 상당했다.
하지만 '땡큐'의 공개 이후 팬들의 반응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지난해 역주행 이후 발매했던 '치맛바람'을 향한 반응과 비교해 봐도 그 차이는 한 눈에 느껴진다. 최근 유튜브나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브레이브걸스의 콘텐츠에서는 "촌스럽다"는 댓글이 상당수 보인다. 현재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스타일링과 전반적인 곡의 콘셉트에 안타까움 섞인 반응이 쏟아진 것이다.
실제로 '땡큐' 활동에서 브레이브걸스는 이전 활동에 비해 다소 아쉬운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곡의 분위기 역시 아쉬움을 남기긴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대중적인 멜로디와 중독성 있는 안무를 꾀한 듯 보이지만 어딘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어색함이 느껴진다. 일찌감치 멤버들의 탄탄한 실력이 입증된 상황 속 이같은 '콘셉트 미스'는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이같은 스타일링과 퍼포먼스가 '땡큐'의 뉴트로 콘셉트를 위한 의도된 장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뉴트로 콘셉트를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을 지우긴 어렵다. '뉴(New)+레트로(Retro)'의 합성어인 뉴트로 무드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복고 스타일에 지금의 트렌디함이 더해져야 하건만, 지금 브레이브걸스의 활동 콘셉트는 트렌디함을 더해 재해석했다고 보기엔 다소 어려워 보인다.
문득 지난 2017년 '롤린'의 최초 발매 당시가 떠오른다. 당시 '롤린'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로 꼽힌 것이 곡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활동 콘셉트였던 것이다.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의 신나고 경쾌한 댄스곡에 어울리지 않는 섹시, 매혹 콘셉트는 '롤린'의 매력은 물론 팀 자체의 매력까지도 반감시켰던 요소로 지적 받았다. 이후 '롤린'이 역주행 기류를 타며 팬들은 앨범 커버와 활동 스타일링 콘셉트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가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성공적인 역주행 신화를 쓸 수 있었다.
이후 시원한 분위기를 담은 댄스곡인 '치맛바람'을 발매하며 드디어 팀의 색깔에 어울리는 콘셉트를 찾은 것 같았던 브레이브걸스가 마치 1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물론 지금 상황은 '롤린'의 역주행 이전과 같지 않다. 일련의 활동을 통해 쌓아올린 팬덤과 대중성이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는 덕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순 없다.
역주행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로 인지도를 쌓은 지 갓 1년 째인 만큼 올해는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무려 데뷔 10년 만에 일궈낸 성과인 만큼 지금의 기세를 무사히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소속사(혹은 멤버들의) 큰 결단이 필요할 때다. 연일 팬들의 안타까움 섞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속 이같은 지적의 이유와 개선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부디 브레이브걸스가 현명한 대처와 적극적인 팬들의 의견 수렴으로 위기를 벗어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