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 심의·의결기구인 최저임금심의위원회(최임위)가 내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돌입한다. 통상 7월쯤 최종 인상률이 결정되는 만큼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오는 31일 최임위에 내년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최임위는 다음 달 5일 운영위원회와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다. 최임위는 노동계와 경영계 추천위원 각 9명과 정부가 임명한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해마다 진행되는 최저임금 협상의 최대 쟁점은 인상률이다. 이번에도 인상률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경영계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동결' 방침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동계는 최근 급등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근거로 시급 1만 원 이상의 최저임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최임위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5.05%(시급 9,160원) 인상하며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취업자증가율을 고려한 수치라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차등 적용'이란 또 하나의 전선이 펼쳐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선거 기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역별 차등 적용은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업종별 차등 적용은 최임위 심의를 거치면 개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제 도입 첫해인 1988년 2개 업종 그룹을 설정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후엔 한 번도 시행된 적은 없다. 경영계의 거센 도입 요구가 계속되자 최임위는 2017년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사안을 집중 논의했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
하지만 대선 결과로 상황이 달라졌다. 새 정부 출범 후 최종 결정이 이뤄지는 만큼 심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이미 업종이나 사업 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정해둔 상태다.
노동계는 '방어선'이 뚫릴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사실 차등 적용 문제는 이미 논의가 끝난 사안이지만, 또 한번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세적으로 끌려가기보단 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문제 등을 선제적으로 의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공익위원 9명의 선택이다.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는 매년 인상률 심의에 앞서 표결이 이뤄지고 있는데, 작년에는 찬성 11표에 반대 15표, 2020년에는 찬성 11표에 반대 14표로 부결됐다. 공익위원들은 작년 5월부터 임기를 시작해 2024년 5월까지 자리가 보장된다.
하지만 9명 중 1명은 고용부가 파견하는 상임위원이고, 나머지도 모두 정부가 임명하는 만큼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 출범 후 무언의 압박으로 자진 사퇴하는 공익위원이 나올 수도 있다"며 "작년에는 4표 차이였지만, 올해는 부결이 되더라도 박빙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