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들어 에너지 수입액이 85.4% 급증했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화되고, 향후 물가가 더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20일까지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384억9,660만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5.4% 늘었다. 에너지별로 보면 원유 수입액이 69.8% 증가했다. 가스와 석탄 수입액은 각각 92.0%, 150.6% 늘었다.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한 건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에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배럴당 75.66달러였던 두바이유가 이달 25일엔 113.39달러에 거래됐다.
가파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업 이윤을 악화시킬뿐더러, 무역수지와 물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무역수지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59억7,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66억600만 달러 흑자였던 것과 정반대다.
이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800억 달러에 달할 거란 정부 전망도 빗겨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당시 정부가 내다본 국제유가의 배럴당 가격은 연평균 73달러였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수지 불균형 발생 우려’ 보고서에서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국내 무역수지는 연간 약 90억 달러씩 줄어든다”며 “국제 에너지 가격 오름세가 장기화하면 한국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800억 달러를 크게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내 물가도 밀어올리고 있다. 5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나타낸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 중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0.79%포인트로, 여러 제품군 중 물가에 미친 영향이 가장 컸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달과 다음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오름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