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부유세 도입을 추진한다. 대상은 700명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이번 조치에는 주식과 채권 등 미실현 이익도 자산으로 포함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돼 합헌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백악관이 1억 달러(약 1,224억 원) 이상의 최상위 자산가들의 소득에 대해 최소 20%의 세율을 부과하는 ‘억만장자 최소 소득세’가 포함된 2023회계연도 예산안을 28일 의회에 제출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대선에서 부의 불평등 해소를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정부 지출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인상 및 억만장자 대상 부유세 도입을 추진해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부자 증세'에 대해 백악관은 세율 형평성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WP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2010~2018년 사이 억만장자 400명의 소득세율이 8% 수준이었다고 추산했다. 이는 연간 7만 달러를 버는 미국 중위소득 가정의 소득세율(평균 14%)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 미실현 이익도 과세 대상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기존에는 주식이나 채권 등을 판매할 경우 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다 보니 주식과 부동산 등을 다량 보유한 억만장자들이 평균적인 미국인들보다 낮은 세율이 부과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주가 상승이나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지분 증가에 따른 자산 증가도 소득으로 본다는 얘기다. 백악관은 “억만장자 최소 소득세는 가장 부유한 미국인들이 더 이상 교사와 소방관보다 낮은 세율을 내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나중에 이익을 실현할 때 내야 할 납세 의무의 선지급”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이번 방안이 미국 최상위 자산가 700명에 적용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동안 납부세율이 20% 미만이었던 억만장자는 차액분을 내야 하고, 이를 초과해 세금을 내왔던 억만장자는 추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백악관은 새로운 방안이 적용되면 향후 10년간 3,600억 달러의 새로운 조세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가브리엘 주크만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500억 달러,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350억 달러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다만 의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미실현 이익 과세와 관련 위헌 논란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조세정책센터의 스티브 로젠탈 선임연구원은 “납세자가 재산을 아무것도 팔지 않은 경우에도 세금을 징수하는 데 대한 위헌 여부 판단이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WP는 “이미 지난해 억만장자 부유세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억만장자 부유세 시도는 정치적 역풍을 맞고 실패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