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집회에 9년 동안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역병 입대를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A(33)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2월 병무청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성경 구절과 교리를 이유로 군사훈련과 집총을 거부해왔다. A씨가 병역거부를 한 것은 2018년 11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이었고, 검찰은 A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가족들과 9세 때부터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신앙생활을 했지만, 대학 진학 뒤 가족으로부터 독립한 2009년부터 입영 통지서를 받은 2018년까지는 종교단체 정기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신도가 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의식인 침례도 2018년 병역 거부 뒤 2020년 8월에서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피고인의 양심이 내면에서 결정되고 형성된 게 아니라 주변인들의 독려와 기대, 관심에 부응하려는 현실적이고 환경적 동기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2018년 11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기 전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해 형사처벌 가능성이 컸으나, A씨는 이를 감수하고 거부의사를 표했다"며 "대학에 진학한 뒤 잠시 종교적으로 방황했지만 2018년부터 회심해 종교생활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가 종교생활을 재개하기 전에도 수혈거부 교리를 지키기 위해 '사전의료지시 및 위임장'을 소지했고, 웹하드 및 게임업체에 가입한 사실이 없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