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시의회 또 법정다툼... 이번엔 인사권 충돌

입력
2022.03.26 13:19
서울시와 의회,  임추위 추천인사 비중 두고 갈등
시, 끝내 합의점 찾지 못하고 대법원에 제소 
"인사권 과도한 침해" vs "권한 남용 방지 장치"

서울시와 시의회가 출자·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시의원 추천인사 비중을 늘린 조례안을 둔 갈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법정 다툼을 벌인다. 시는 조례안이 인사 재량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입장이지만, 의회는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민주적 통제 장치라는 반박을 내놓고 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시의회가 전날 공포한 출자·출연기관 운영 조례 개정안과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 개정안에 대해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대법원에 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서울시 산하기관 임추위 구성에서 시의회의 추천 비율을 늘리도록 하는 출자·출연기관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임추위는 '시장 2명, 시의회 3명, 기관·이사회 2명 추천'으로 구성됐지만, '시장 및 기관·이사회 3명, 시의회 3명'으로 바뀌면서 의회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 개정안도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 조례에는 서울시교육감이 소관하는 등록제 대안교육기관을 시장이 지원하도록 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시는 두 개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지만, 시의회는 지난달 21일 재가결했다.

"인사권 침해" vs "권한 남용 견제 장치"

서울시는 출자·출연기관 조례 개정안에 대해 "의회의 통상적인 견제 범위를 넘어 시장 고유 인사권의 적극적 침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시는 산하기관과 추천인을 나눠서 배정할 경우 기관의 경영 자율성 및 책임 경영 의지를 침해할 위험이 크고, 임추위를 짝수로 구성하면 가부 동수 시 임원 임명에 혼선과 차질을 초래할 우려도 제기했다.

시는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 개정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대안교육기관 관련 사무는 교육감 소관일 뿐만 아니라 법령에도 재정 지원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다툼의 소지가 있으니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달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조례 개정은 시와 시의회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오 시장의 인사 전횡과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됐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와 시의회의 법정 다툼은 처음이 아니다. 서울시는 의회가 지난해 말 재의결한 '서울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의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지난 1월 대법원에 제기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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