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에 글씨가 나타나고 배우의 얼굴 주위에 다양한 그림이 등장한다. 만화의 감성을 듬뿍 담은 드라마들이 대중에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중이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사내맞선'은 만화적인 연출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왔다. 신하리(김세정)가 돈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5만 원 권이 모여 그의 머리 위로 '빚'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졌고, 진영서(설인아)가 차성훈(김민규)에게 첫눈에 반했을 때는 배경이 꽃밭으로 바뀌었다. 캐릭터로 변신한 인물의 모습이 신하리의 말풍선 속에 담기기도 했다.
시즌2로 돌아올 예정인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도 만화적 연출로 호평받았다. 주인공 구웅(안보현)은 곰으로 변신했고, 유미(김고은)가 핸드 드라이어를 사용하는 장면에서는 '윙'이라는 글자가 화면을 채웠다. 사랑이 출출이 이성이 등 세포 캐릭터들은 작품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
만화적인 연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송가의 시도는 이전부터 시작됐다. 시청자들을 만나는 중인 '사내맞선', 다음 시즌의 공개를 앞두고 있는 '유미의 세포들'에 앞서 만화적인 연출을 시도한 드라마들이 존재한다.
지난 2020년 방영된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가 대표적인 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정샛별(김유정)은 놀라운 싸움 실력을 갖추고 있다. 정샛별이 싸우는 장면에는 그의 힘을 표현하기 위해 만화적인 연출이 사용됐다. 주먹에 맞은 사람들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2019년 막을 내린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또한 독특한 효과들을 사용했다. 이 작품은 만화 '비밀' 속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그 설정을 보여주듯 '비밀'의 여자 주인공 여주다(이나은)의 주변에는 반짝이 표시가 나타났다.
제작진의 과감한 결정 덕에 작품에는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편의점 샛별이'의 정샛별이 가진 힘은 유쾌하게 표현됐고,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만화책 안이라는 배경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사내맞선'은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유치하지만 재밌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미의 세포들'은 자막과 캐릭터로 소리, 인물의 심리를 표현했다. 실사와 3D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국내 최초의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시선을 모아왔다.
'사내맞선'의 박선호 PD는 과감한 도전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본지에 "이야기 결 자체는 최대한 일상성과 현실적 개연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러티브의 근간 자체가 조금은 판타지적인 웹툰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분들이 웹툰처럼 편안하고 즐겁게 감상하시는 게 낫다고 판단해 만화적 연출을 시도했다"고 알렸다.
'유미의 세포들' 이상엽 PD는 화상 인터뷰에서 "원작을 최대한 잘 구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원작 웹툰에서도 인물들의 안에는 세포의 세상이 존재한다. 김윤주 작가는 "시청자분들이 단순히 TV를 보는 게 아니라 즐길 거리를 즐기는 느낌이 들었을 듯하다"고 평했다.
처음엔 만화적 연출을 낯설어했던 대중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미의 세포들'과 관련해 "만화로 나오는 세포들이 귀엽다" "세포들이 더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편의점 샛별이'의 CG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에는 "비현실적이지만 재미를 추구하는데 최고다" "매력 있고 중독적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여러 작품들을 통해 매력이 증명된 만화적 연출이 안방극장의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 잡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