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액이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비급여 항목의 실손보험금 지급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의료계가 ‘백내장 수술 절판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올해 1~2월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액은 1,552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086억여 원)에 비해 약 43% 급증한 수치다.
올해만 놓고 봐도 백내장 관련 보험금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월 735억 원 수준이었던 백내장 수술 보험금은 지난달 817억 원으로 늘었다. 심지어 A보험사는 이달 12일 영업일 동안 지급한 백내장 수술 보험금(250여억 원)이 이미 지난달 보험금(200여억 원)을 넘어섰다. 보험업계는 이달 실적 집계가 완료되면 대부분 보험사의 백내장 보험금 증가율이 A사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백내장 관련 보험금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선 병·의원이 ‘절판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다음 달부터 세극등현미경검사 결과지를 제출해야 백내장 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병·의원은 엄격해진 심사 기준에 따른 백내장 수술 수익 감소를 예상하고 환자들에게 수술을 권하는 마케팅을 암암리에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이모(61)씨는 최근 결막염 증상으로 안과를 찾았다가 백내장 수술을 권유받았다. 이씨는 “안과 직원이 실손보험 가입여부를 묻더니 ‘보험금으로 수술을 받으려면 최대한 빨리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일이 바빠 수술을 받을 수 없다고 하자 ‘야간 수술도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심지어 일부 병·의원은 전직 보험설계사를 동원해 백내장 수술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보험설계사가 현직 보험설계사를 통해 환자를 유치해 오면 수술 1건당 50% 안팎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식이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5대 보험사 기준 백내장 수술 보험금이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보험사의 백내장 수술 보험금은 △2019년 2,884억 원 △2020년 4,503억 원 △2021년 6,812억 원으로 해마다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직 보험설계사에게 브로커가 접촉해 올 경우 신고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