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의 인앱결제 금지 규제가 확산되자, 구글의 앱 개발사들이 자체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는 테스트를 시작했다. 그 첫 대상은 세계 최대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다.
구글은 23일(현지시간) 스포티파이와 손잡고 구글플레이 외에 자체적인 결제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구글OS 사용자들이 스포티파이 앱을 결제할 때 구글 인앱결제 옆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나란히 배치된다.
사실 인앱결제 강제 금지 규제는 한국이 가장 먼저 시행하고 있다. 관련법은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 15일부터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은 지난해 말 구글은 한국에서 앱 개발사가 구글 인앱 결제와 외부결제(제3자결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유사한 규제 입법 움직임이 잇따르자 이를 글로벌 정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구글은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을 일단 일부 시장에서 먼저 적용한 뒤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용자들이 스포티파이 자체결제 시스템을 선택하더라도, 스포티파이는 구글에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계속 지불해야 한다. 구글은 한국에서 선보인 정책에 기반해 수수료를 책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국내에서 자체결제 시스템을 통한 매출에 대해 약 11%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사미르 사마트 구글 제품관리 부사장은 "스포티파이와의 제휴는 첫 번째 단계이며 앞으로 새로운 파트너를 추가해 이런 결제 모델이 플랫폼 전반에 걸쳐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두고 규제를 우회하려는 눈속임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규제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자체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자체 결제 시스템이 인앱결제와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과 구글은 인앱결제 때 30% 수수료를 부과한다. 또 스포티파이 같은 구독 서비스는 15%가 적용된다. 그런데 스포티파이가 인앱결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앱결제보다 수수료가 낮아야 하는데, 10% 이상의 수수료를 미리 구글이 떼어간다면 가격 인하 여력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결국 구글이 자체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체 결제의 ‘수수료 수준’을 낮추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구글과 스포티파이 모두 함구하고 있다.
애플도 이와 비슷한 눈속임으로 인앱결제 금지 규제를 무력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네덜란드에서 데이팅 앱에 한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른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에도 27% 수수료를 적용해, 사실상 자체 결제의 경쟁력을 원천봉쇄하는 꼼수를 사용했다고 IT전문매체 지디넷 코리아가 보도했다.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세계 최초 도입한 명성을 누리게 된 우리나라 규제 당국은 이런 우회 수단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