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민관 '롤 체인지' 시대, 규제 개혁 방식도 바뀌어야"

입력
2022.03.24 16:00
6면
취임 1주년 출입기자 간담회
“기업 입장에선 통상 문제 중요" 
 "전경련 가입 계획은 아직 없어"


"민간 입장에서 보면 '롤 체인지(역할 변화)'가 온 것 같다."

기업과 상생 의지를 내비친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렸다. 향후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지금까지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렀던 기업의 역할 변화도 점쳐졌다. 민관협업에 주목한 윤석열 정부를 바라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시각이다. 그는 23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 1년을 맞아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과거엔 정부가 정책을 정하고 그 중간에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으로 했지만, 이젠 정책을 만들어나갈 때 공동으로 같이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그간 민관합동위원회 설치를 포함해 구체적으로 피력한 민관협업 방식에 주목하면서다. 민간이 단순한 정책 '조언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윈윈' 모델을 함께 설계해야 된다는 뜻으로 읽혔다. 최 회장은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이후의 민첩한 대응 노력도 강조했다.

"규제개혁, 잘 하면 뭘 주는 식으로 생각해야"

그는 특히 규제개혁 방식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최 회장은 “규제개혁과 관련해선 ‘그 일은 하지 마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잘하면 무엇인가 줄게’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탄소중립의 경우 제도를 어기면 벌금을 내는 게 현재 시스템이지만, 탄소를 자발적으로 많이 줄이는 쪽에 뭔가를 준다고 생각하면 탄소를 줄일 확률이 더 커질 것이란 얘기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따른 평가도 ‘누가 못하는지’를 따지기보다 ‘누가 어떻게 잘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기업이 사회 가치를 훼손하면서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생각을 ESG로 이름 붙여 놓은 것 같다”면서 “이 가치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진전시키면서 돈을 벌지가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트렌드”라고 제시했다. 이어 “정부가 ESG를 잘하는지에 대한 평가를 잘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면 점수 많이 받는 곳을 소비자들이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러-우크라 전쟁 상황보다 그 이후가 더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파생된 글로벌 공급망의 오작동에 대해선 전쟁 상황 자체에 대한 영향보단 불투명하게 다가올 훗날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전쟁이 나서)’큰일 났다’라고 보기보다 이걸 잘 활용하면 반대로 저희에게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히면서도 “(전쟁)그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국제사회로부터)어떻게 취급당하고 그 문제가 어떻게 확산될 것이며, 중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 거고, 그런 게 원자잿값과 모든 문제들에 어떻게 미래에 영향 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새 정부 정책에 따른 최 회장은 새 정부의 조직개편을 앞두고 통상교섭 기능을 둘러싼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의 물밑 신경전과 관련해선 “기업 입장에서 보면 통상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통상 기능을 어느 부처가 가져가느냐는) 기업을 얼마만큼 이해하는 쪽이 통상을 맡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산업계와 소통해온 산업부에 통상 기능을 그대로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과 갈등·반목 없어…SK 재가입 계획은 아직"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책에 대한 견해도 공유했다. 그는 “디지털 생산기반(인프라스트럭처), 디지털 응용소프트웨어(앱)를 보유한 곳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별로 받지 않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상당히 많은 타격을 받았다”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디지털 생산 기반 산업 쪽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현 정부 들어 ‘패싱’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다시 부상하는 움직임에 대해 최 회장은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라이벌이란 개념은 없다”며 “경제단체끼리도 힘을 합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경련과) 반목이나 갈등은 없고,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말했다. 다만 SK그룹이 전경련에서 빠진 점에 대해선 “여건이 되면 (재가입을)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여건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아직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김형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