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8년간의 임기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은 역사상 ‘최장수 근무자’이자 동시에 보수·진보 정부(박근혜·문재인 정부)를 모두 지낸 첫 총재라는 타이틀을 남기게 됐다.
이 총재는 23일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에서 43년간 국가경제를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며 퇴임 소회를 밝혔다. 1977년 한은에 입사한 이 총재는 2014년 총재로 임명된 뒤 2018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 총재는 무려 87번에 달하는 기준금리 결정을 내렸지만, 그중에서도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가장 인상적인 일로 꼽았다.
이 총재는 “상상도 못했던 위기에 아주 긴박하게 협의하고 토론했었다”며 “다행히 경기회복이 가시화됐으나, 이번에는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언제 정상화시켜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코로나 위기가 본격화된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까지 인하했고,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 인상을 단행했다. 재임기간이 긴 만큼 역대 총재 중 기준금리 등락폭이 비교적 큰 편이다. 이 총재는 재임 시절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취임 초기 조금씩 늦게 반응한 측면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제 환경 내에서 안정적 관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자신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재임 시절 실적을 평가하면 공과가 있고, 저 자신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조금 시간을 가지고 판단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떠나는 와중에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물가압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금융불균형 위험성도 여전히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며 “완화정도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인상 시점과 수준에 대해선 “후임 총재와 금통위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후임 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국장에 대해서는 "학식, 정책 운용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출중한 분"이라며 "저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조언을 드릴 것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