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반도체 기판 제조회사에 4년간 재직한 A씨는 최근 이직 면접을 앞두고 있다. 구직 사이트에 올려둔 이력서를 보고 경기 안산에 위치한 중견기업으로부터 옮길 생각 없냐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연봉도 지금보다 높아지는 데다, 수도권 업체에서 경력을 쌓으면 서울이나 경기 소재 더 좋은 회사로 옮기는 것도 수월해질 것 같아 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과 지방 소멸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연봉 상위 1% 근로소득자 4명 중 3명은 수도권 소재 기업에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광역자치단체별 상위 1% 근로소득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 근로소득자 중 서울 소재 직장인은 8만6,716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5만2,651명) △부산(8,447명) △경남(6,340명) 순이었다.
지난 2020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한 값으로, 상위 1% 근로소득자 중 서울·경기·인천에 직장을 둔 사람은 14만5,322명이었다. 연봉 소득 상위 1% 소득자 19만4,935명 중 74.5%가 수도권에 몰렸다는 의미다.
상위 1% 근로소득자가 가장 적은 곳은 정부 기관이 모여 있는 세종(516명)이었다. 관광업으로 유명한 △제주(1,163명) △강원(1,912명) △전북(2,333명) 등도 다른 지역보단 상위 1% 근로소득자 수가 적었다.
인구 10만 명당 상위 1% 근로소득자 수 역시 서울(897명)이 가장 많았다. △경기(392명) △울산(287명) △부산(249명) △대전(223명)이 뒤를 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상위 1% 근로소득자 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124명)이었다.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기업·인프라·구직자 모두 서울·경기·인천으로 쏠리는 수도권 집중화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실제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51.8%, 일자리의 49.7%가 수도권에 몰려 있을 정도로 한국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가 5,000만 명을 넘는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보다 수도권 집중도가 높다. 수도권 편중 현상으로 몸살을 앓는 일본조차 수도권 집중도(GDP의 33.1%·일자리의 30.8%)는 한국보다 적다.
김회재 의원은 “균형 발전을 위한 대대적인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