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하면서 완성차업계의 해당 시장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중고차업계와 갈등 봉합은 막판 과제로 남았다. 소비자 선택 확대를 명분으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진통 끝에 허용된 가운데서도 독과점을 우려한 기존 중고차업계의 반발 또한 여전하기 때문이다. 만약 상생협력법에 따라 진행될 사업 조정 절차에서 양측의 합의가 도출되지 못할 경우,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을 둘러싼 업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자율조정심의위원회가 이번 주내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2월 말 열린 이후 한 달 만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 1월 중고차 단체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판매를 반대하면서 사업 조정을 신청하자, 이를 받아들여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 중기부의 권고 조치는 최대 6년까지 효력을 발휘하기에 생계형 적합업종 제외 결정과는 별개로, 이를 해제하지 않으면 완성차업계가 중고차 판매업에 나설 수 없다.
관건은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매입’ 부분이다. 현대차는 지난 7일 발표한 사업 방향에서 중고차를 파는 고객을 대상으로 신차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구매고객이 파는 중고차가 전체 물량의 70~80%를 차지한다”며 “현대차가 중고차를 무제한적으로 매입하면 팔 물건을 못 구하는 기존 중고차업체들은 자연히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악영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도 팽배하다. 중고차 물량의 대부분을 현대차가 매입하면 시장 가격 조절도 가능해지기에 중고차 가격이 지금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부분도 회의적이다.
이 때문에 중고차업계는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매입량에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차는 기존 중고차업계와 상생 방안으로 2022년 시장 점유율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자체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시장 판매율을 제한한다고 한 만큼 매입량도 그 수준으로 제한해야 할 것”이라며 “현대차가 상생을 위해 10대만 판다고 약속했으면 그에 해당하는 10대만 매입하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런 중고차업계의 요구엔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완성차업계는 중고차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선두에 선 현대차는 최근 국내사업부 아래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쌍용차는 국내영업 담당 실무자들이 사업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어서 중고차 사업 진출에 자본 여력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사업 진출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와 한국지엠(GM)도 각각 사업 개시 시점을 가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고객 만족과 보호 차원에서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려는 것인데 판매할 차량만 매입할 경우 고객 차별 문제가 발생한다"며 "완성차업계가 참여한다고 해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