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투병 '세기의 미남' 알랭 들롱, 아들에 "안락사 해달라"

입력
2022.03.20 17:00
23면
“건강 더 악화하면 안락사해달라” 
뇌졸중 수술 후 안락사 합법 스위스에

‘세기의 미남’으로 불리는 프랑스 영화배우 알랭 들롱이 향후 건강이 더 악화하면 안락사해달라고 가족에게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그의 나이는 87세다.

19일(현지시간) 르포앵 등 프랑스 매체들에 따르면 들롱의 아들 앙토니 들롱은 최근 프랑스 RTL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들롱이 안락사를 원한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맞다. 사실이다”라며 “그가 내게 그렇게 부탁했다"고 답했다. 앙토니는 들롱이 세상을 떠날 순간을 결심하면, 자신이 곁에 머물며 임종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들롱이 안락사 결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르포앵에 따르면 들롱은 지난해 프랑스 TV5몽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은 안락사가 불법인 프랑스가 아니라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다며 “그렇게 해야 할 상황이 닥치면 주저하지 않고 안락사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들롱은 프랑스ㆍ스위스 이중 국적자여서, 안락사를 선택해도 법적 문제가 없다. 1935년생인 들롱은 2019년 뇌졸중으로 입원해 수술을 받은 뒤 스위스에서 거주해왔다.

들롱은 1957년 데뷔한 명배우로, ‘태양은 가득히’(1960), ‘한밤의 살인자’(1967), ‘미스터 클라인’(1976) 등 1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1985년 프랑스 영화상인 세자르상 남우주연상, 199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명예 황금곰상, 2019년 칸 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1991년 프랑스 국가훈장인 레지옹도뇌르 훈장도 받았다.

그는 여배우와 여러 스캔들을 일으키며 동거와 이별을 반복했지만, 결혼은 1964년 나탈리 들롱과 비밀리에 한 번 했다. 이들의 아들이 앙토니다. 들롱은 1969년 나탈리와 이혼했으며, 나탈리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췌장암으로 숨졌다.

김청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