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대통령인수위원회 핵심 인선을 마무리했다. 윤석열 정부의 설계도를 완성하고 뼈대를 세울 7개 분과 간사를 비롯한 인수위원 24명의 얼굴이 공개됐다. 인수위는 18일 현판식을 열고 새 정부 출범(5월 10일)까지 남은 53일간 활동한다.
‘윤석열 인수위’의 핵심 콘셉트는 ‘실무’라고 윤 당선인 측은 설명한다. 인수위원 24명 중 교수ㆍ관료ㆍ기업인 등 전문가 출신이 16명으로 가장 많다. ‘일하는 인수위'가 필요하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현역 국회의원은 6명이다.
'실무'를 강조하느라 그런 건지, 인수위원들의 성별·나이·출신 대학·지역 등에서 다양성을 꾀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인수위원들의 평균 나이는 58.5세로, 2030대 인수위원은 전혀 없다. 24명 중 여성은 4명에 불과하고, 서울대 출신이 13명에 이른다. 또 서울(11명)과 영남(6명) 출신이 주를 이룬다.
공동 정부 파트너인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를 대거 포함시킨 건 '통합' 코드다.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과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기획조정분과와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으로 합류했다. 인수위 대변인도 국민의당 출신인 신용현 전 의원이다.
인수위원 중 경제2분과의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와 유웅환 전 SK 혁신그룹장, 과학기술교육분과의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사회복지문화분과의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 등은 안 위원장 추천 몫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약 '14대 10'의 인수위 분할에 합의하고 인선 작업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가장 큰 차별화가 예상되는 건 외교안보분과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에 간사를 맡긴 건 남북 문제 중심이었던 외교안보 기조를 한미동맹 중심으로 틀겠다는 예고로 해석된다. 그는 한미일 삼각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인수위원 발탁은 ‘힘에 의한 평화’라는 대북 기조 변화를 뜻한다. 그는 북한이 비가역적 핵 폐기에 나서면 경제 지원 및 안전 보장을 제공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을 구상했다. 인수위원인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도 한미동맹에 조예가 깊다.
윤 당선인이 최근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중국 견제 성격의 '쿼드'에 참여하겠단 의사를 보이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는 관측이다.
경제1분과(거시경제ㆍ금융)와 경제2분과(산업ㆍ일자리) 인수위원들은 모두 비정치인 출신이다. 이들의 면면엔 ‘민간 주도 성장’과 ‘기업 규제 혁파’라는 윤 당선인의 정책 기조가 녹아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대표 브랜드인 ‘소득주도성장’의 반대 개념인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기조가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냈고,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철저한 시장주의자로 불린다. 민간 중심으로 성장동력이 확보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소신이다.
2분과를 통해선 '기술혁신'과 '규제혁파' 정책이 고안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들 모두 산업 현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간사인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출신이고,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도 SK차이나 수석부총재를 지냈다. 유웅환 전 SK혁신그룹장도 인수위원으로 합류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선도형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졌다고 한다.
다만, 경제분과에 부동산 정책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동산 정책은 경제2분과가 맡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현업에 밝은 전문가들이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사회복지문화분과의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대선 때 윤 당선인의 연금ㆍ복지 정책을 설계했다. 연금개혁은 안철수 위원장의 대표 대선 공약이다.
윤 당선인이 예고한 주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제 변화 등 노동 공약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여성위원장 출신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간사를 맡아 노동계의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교육 분과는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하면 과학기술 전문가로 채워졌다. 과학·교육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김창경 한양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4차산업혁명 전도사다. 그는 윤 당선인의 '디지털 정부론'을 설계했다. 인수위가 교육부를 교육과학기술부로 재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