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더 가까워지지 않도록 美에 조언해야” [윤석열 시대 美전문가 인터뷰]

입력
2022.03.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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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안보 전문가 한국일보 인터뷰]
프랭크 자누치 미 맨스필드재단 대표
데니 로이 미 하와이대 동서센터 선임 연구원
"美, 한반도 넘어선 안보의제 한국의 기여 기대"
"北영토 선제공격 선호, 미국은 불편해 할 것"
"한미일 삼각관계 공동이익에 초점 맞춰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집권 후 한국 외교의 궤도 수정을 예고하고 있다. 한미동맹 강화가 예상되며, 중국·일본과의 관계도 지난 5년과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미관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미국의 기대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과도하게 수정할 경우 불필요한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도 함께 경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외교보좌관이었던 프랭크 자누치 미 맨스필드재단 대표, 한반도와 미중관계 전문가인 데니 로이 미 하와이대 동서센터 선임 연구원을 각각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윤 당선인 취임 후 한미동맹의 미래를 전망해달라.

자누치 “문재인 정부도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해 노력했고 더 많은 글로벌 의제로 한미동맹을 재편했다. 새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 강화나 중국이 국제체제에서 조금 더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가 되도록 독려하는 문제 등에 있어 미국과의 정책 공조를 강화할 것이다.”

-윤 당선인 취임 초반 중요한 외교 과제를 꼽는다면.

자누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과 북한의 미사일 활동에 대한 효과적 대응책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중국 문제를 놓고 한국의 새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더 가까워지지 않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을 미국에 조언할 수 있기를 바란다.”

로이 “국내정치를 따지는 것보다 최대한의 군사 준비 태세를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한미동맹을 관리하고,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지역에서 보다 광범위한 미국의 안보 및 정치 의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미국의 기대를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또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개선과 한미 간 대북접근법 연계도 중요하다.”

-한미관계에서 떠오를 가장 큰 이슈는 뭔가.

자누치 “한미일 삼각관계 강화가 급선무다. (한일) 역사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동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거기에서 협력 강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대유행 대응, 민주주의 정부 지원 등은 초점을 맞추기에 좋은 영역이다.”


-윤 당선인의 대북 강경 기조가 남북갈등 격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자누치 “북한은 무시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개선하려는 의도가 있다. 미중관계가 어려운 상황이라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북한이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미 양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자누치 “새로운 제재와 강화된 외교(대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계속되면 바이든 행정부도 새로운 제재는 물론 기존 제재를 더욱 엄격히 집행하기 위한 노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로이 “윤 당선인이 한국에 대한 핵 공격이 임박했다고 생각할 때 북한 영토에 대한 선제공격을 수행할 정책과 능력 개발을 선호한다고 밝힌 것은 미국 관점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 정책을) 과도하게 수정한 것이다. 북한 극초음속활공체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해답이기는 하나 미국은 불필요하게 한반도 위기 고조 가능성을 높이는 한국 정부 정책에는 불편해 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한미의 대응도 중요해졌다.

자누치 “한국은 미국과 함께 강력한 대응에 동참했다. 한국의 결정은 러시아, 북한, 중국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어려운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에 침묵하는 것은 훨씬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북한이 도발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대담하게 만들고 세계의 법질서를 훼손할 것이다.”


-윤 당선인이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한중관계가 격랑에 휩싸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누치 “그런 분석에 동의한다. 현 시점 미국의 중국에 대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중국이 기본적인 국제규범을 따를 의사가 있다면 중국에 우호와 협력의 손길을 뻗어야 한다. 한미일과 유럽연합(EU)이 중국에 대해 보다 통일된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을 러시아 품으로 몰아넣는 것은 큰 실수다. 같이 밀어내지 말고 따로 떼어놔야 한다.

한국이 허가가 필요한 미국의 원천기술을 보호하는 한 긴밀한 한중관계가 미국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중국이 이웃한 민주주의 국가와 협력하는 것이 당사자들에게 긍정적 경험과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한중협력은 몇 가지 이점도 있다.”

로이 “미국이 한국의 대중국 정책에 실망했을 때에도 건전한 한미동맹은 가능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지역 어젠다를 더 광범위하게 지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과의 부분적 분리, 중국의 특정 정책을 비난하는 성명에 동참하는 문제 등이 포함될 것이다. (윤 당선인이) 중국·미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까운 미래 한국에 큰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