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핵 버튼' 누를 가능성 제로(0) 아니다...'레드라인' 넘었다 오판할 수도

입력
2022.03.17 19:54
NYT, "인류 최악의 선택 할 수도"
美, 푸틴 가장 큰 두려움 드론 지원키로
1962년 미·러 간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견 
러시아의 핵 사용 문턱 낮춰 '지금이 더 위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결국 핵 버튼을 누를 것인가. 미국과 유럽이 잇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력 지원에 나서면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인류 최악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작은 불씨조차 레드라인(위험선)을 넘어선 도발이라고 오판할 경우 전멸이라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핵전쟁 위협은 ‘제로(0)’가 아니다”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러시아 사이 대치 상태가 고조되면서 핵 전문가들은 양측이 직접 충돌로 빠져들 가능성을 경고한다”고 전했다. 그간 핵 위협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공포였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현실로 한 발짝 더 다가왔다는 의미다.

신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영 충돌로 확전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은 애초부터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강화하자 러시아는 “전쟁이나 다름없다”며 “나토 수송대를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실제 14일에는 폴란드 접경지역의 우크라이나 군사기지를 직접 타격하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가 나토 턱밑을 겨냥하며 서방의 노골적인 개입에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러시아의 경고에 맞서고 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8억 달러(약 9,800억 원) 규모 군사 지원 방안까지 약속했다. 초강력 경제 제재에 더해 살상 수단까지 보내면서 러시아의 숨통을 완전히 조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날 지원 방안에는 강력한 살상 무기인 자폭 드론 100기도 포함됐다. 드론은 푸틴 대통령이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무기다. 러시아는 2020년 정부 보고서에서 드론을 “잠재적으로 러시아의 핵 레드라인을 촉발시키는 장비”로 규정했다. 푸틴 대통령이 폭발할 수 있는 부분을 건드렸다는 얘기다. NYT는 “경제 붕괴와 국내 불안에 갈수록 편집증적으로 변해가는 크렘린궁 지도자(푸틴 대통령)가 서방의 잇따른 압박을 자신을 제거하려는 음모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안을 느낀 푸틴 대통령이 최악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금처럼 양측 긴장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는, 작은 도발마저 핵을 꺼내야 하는 상황으로 오판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드미트리 고렌부르크 러시아 군사정책 분석가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갈등 격화가 핵전쟁으로 쉽게 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나토 사무차장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지난 2주 반 동안 그런(핵) 위험이 확실히 커졌다”고 우려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핵 위협은 1962년 미국과 소련 간의 쿠바 미사일 위기와 비견된다. 오히려 지금이 더 위험하다는 게 중론이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문턱이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진 상태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4년 ‘러시아 생존’을 압박하는 위협에 맞서 핵무기 사용을 쉽게 하는 방침을 내놨다. 또 그간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을 때’로 한정했던 핵무기 사용 규범을 2020년에는 ‘군사행동 확대를 예방하거나 종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완화했다. 전황이 불리해지고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흔들리면 ‘버튼을 누를’ 위기감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과는 치명적이다. NYT는 서방과 러시아가 핵공격을 주고받다가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전략 무기까지 꺼내 들 경우 몇 시간 안에 3,4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 결과를 전했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