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기한 이연 "여배우인지 몰랐단 반응에 기분 좋았다"

입력
2022.03.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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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째 비영어권 TV 부문 1위...넷플릭스 '소년심판' 
13세 소년범 백성우 연기한 95년생 배우 이연 인터뷰


"중학생 남자아이라는 걸 가장 많이 생각했어요.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인식이 안 돼 있는,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르는 불안한 친구라고 생각하면서 다가갔어요."
배우 이연(27)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2주 연속(17일 기준) 1위에 올라 있는 '소년심판'은 어깨를 움츠린 채 섬찟하게 웃는 한 소년범의 모습으로 예고편부터 눈길을 끌었다. 반전은 소년을 연기한 배우가 실제 남자아이가 아닌 27세 여성이라는 것.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어 몰입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연을 17일 화상으로 만났다.

이연은 "여배우인지 몰랐다는 반응에 배우로서 확실히 기분이 좋았고, 제 나이에 이렇게 놀라실 줄 몰랐다"며 "스스로 거울을 보게 되더라"며 웃었다.

이연이 연기한 만 13세 촉법소년 백성우는 이리저리 뻗친 짧은 헤어스타일에 강렬한 눈빛으로 판사 심은석(김혜수) 앞에서 도발하는 살인 사건의 가해자다. 이연은 "성우 역 특성상 누군가를 관찰하면서 힌트를 얻긴 어려웠다"며 "요즘 스마트폰, 노트북을 많이 하는 청소년들은 자세가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해 기본 자세를 정했고 거기서 뻗어나가는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백성우를 연기할 때 '10대 이연이라면 당황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까'를 스스로에게 질문했어요. 거친 표정이나 말, 모든 떨림들이 10대 때는 전혀 숨겨지지 않았거든요.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어른들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이연은 백성우가 '아이'라는 걸 잊지 않고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짚었다. 재판장에 처음 서는 소년범이 이어지는 재판에서 행동, 표정을 어떻게 달리하는지도 신경 썼다. "첫 재판의 느낌을 잘 잡아야 기준점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는 이연은 "어려웠던 만큼 아쉬움도 남는다"고 했다.

이연은 홍종찬 감독과 소통하며 백성우를 만들어갔다. 전 작품의 영향으로 머리가 짧은 상태에서 오디션을 본 그는 홍 감독의 제안으로 여성 캐릭터가 아닌 백성우를 연기하게 됐다. 그는 "처음엔 남장여자도 아니고 남자 역할이라 가능할까 했는데, 감독님은 확신이 있으셨다"며 "덕분에 나도 용기를 갖고 자신감 있게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백성우는 극 마지막에 반전을 암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연은 다시 재판장에 선 백성우를 연기하면서 "결국 환경이 성우를 바꾸지 못했고, 더 방치된 상태로 시간이 지났을 수 있겠다는 짐작에 마음이 정말 아팠다"고 전했다.

이연은 2018년 영화 '무명'으로 데뷔해 지난해 넷플릭스 'D.P.’에서 안준호(정해인)의 여동생 역을 연기했다. '소년심판'으로 얼굴을 각인시킨 그는 "연기 잘하는, 신뢰받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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