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UCLG 총회에 '북한 초청'...성사 여부는 '글쎄'

입력
2022.03.16 18:40
허태정 시장, UCLG 사무국 통해 서한문 전달
북한, "코로나19 보건위기 탓 참석 어렵다" 
새 정부 강경한 대북 정책 기조도 '큰 변수'
시, "세계적 완화 국면, 정치 무관...계속 노력"

대전시가 오는 10월 대전에서 열리는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를 앞두고 북한 초청을 추진하고 있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UCLG는 세계 지방정부 관련 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유엔의 인정을 받은 국제기구다. 북한 참석이 성사되면 '남북 평화 이벤트'가 열리겠지만, 코로나19 펜데믹과 새 정부의 대북정책 등 큰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16일 대전시에 따르면 통일부 협의를 거친 뒤 UCLG 사무국을 통해 대전 UCLG 총회(10월10~14일)에 북한도시련맹을 초청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UCLG 사무국 등을 직접 방문해 북한도시련맹 초청 서한문을 전달했으며, 실무진도 이메일로 여러 차례 초청 의사를 전했다.

대전시가 북한 초청을 추진하는 것은 각국 도시가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국의 한복판 대전에 모여 '남북 평화를 기반으로 한 세계 평화의 시작점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다만 북한의 참석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북한은 수개월 간 응답이 없다가 최근 UCLG 사무국을 통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전해 왔다. 북한 측은 UCLG 측에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세계보건 위기 상황에 놓여 있어 국경 밖 회의 등은 참석이 어렵다. 가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 기조도 북한의 참석 여부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위협을 방치하고 안보 태세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하며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다. 당선 이후에는 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위원으로 MB정부 시절 대북 강경기조를 보인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영입했다. 북한 총회 참석 의중을 가졌더라도 새 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에 자극받아 불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일단 코로나19 펜데믹이 유럽 등 해외에선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점차 전환되는 분위기이고, 유행 정점을 맞은 우리나라 상황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 북한이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우선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북한의 총회 참석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며 "우리나라가 정점을 지나 안정화되면 북한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문제도 '지방정부 간 중요한 세계행사로 정치와 무관하다'는 논리를 들며 설득해 나갈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당연히 (북한 초청 문제는) 정부의 대북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UCLG는 지방도시연합체로 정치적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각 도시간 현안 문제를 논의하는 중요한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 UCLG와 북한 초청 문제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출범한 UCLG엔 140여 개국 24만 여 지방정부와 175개 지방정부연합체가 가입돼 있다. 3년 주기로 열리는 총회에선 회원들이 모여 상호 협력과 공동번영 방안을 논의한다. 올해 대전 총회에는 1,000여 개의 지방정부 및 지방정부 연합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전시는 국제총괄대행(PCO)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으며, 세부 협의를 거쳐 이달 말 계약할 예정이다. 또 탄소중립·스마트시티 등 13개 세션으로 구성된 '담론의 장'을 계획하는 등 총회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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