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 '총체적 인재'...무단 구조변경+불량 콘크리트+감리 부실

입력
2022.03.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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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고조사위원회 공식 사고원인 발표

근로자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 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원인은 설계부터 시공 전 과정에 걸친 총체적 부실 때문이라는 정부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공법을 임의 변경하고 콘크리트의 강도가 현저히 떨어진 탓에 여러 층이 연속적으로 붕괴했다는 결론이다. 위험 사항을 사전에 확인했어야 하는 감리단 역시 제대로 된 검측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지난 1월 11일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약 두 달 만이다. 사조위는 사고 발생 이튿날인 12일부터 건축구조·건축시공·법률 등 관련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사고원인을 조사해왔다.

사조위에 따르면 화정아파트는 건축 구조 및 시공 안전성 측면과 공사관리 측면 모두에서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우선 건축 구조 측면에서 가장 주요한 원인은 39층의 바닥 시공방식과 지지방식을 데크 플레이트(무지보 공법)로 임의 변경한 것이 꼽혔다.

데크 플레이트는 재래식 거푸집 설치 방식과 다르게 동바리(지지대) 설치를 최소화 할 수 있는데, 시공방식 변경으로 PIT층(옥상층과 바로 밑에 층 사이에 설치한 별도 층)에 동바리 대신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하면서 증가한 하중이 슬래브 중앙부로 집중된 것이다.

PIT층 아래의 동바리를 조기 철거한 것도 연속붕괴가 발생한 원인으로 파악됐다. 정상 시공 상황에서는 시공층 하부 최소 3개 층에 동바리를 설치해야 하는데, 당시 화정 아파트는 아래층 동바리가 모두 철거된 상태에서 PIT층 바닥 슬래브 혼자 하중을 지지한 탓에 고층부에서 발생한 1차 붕괴가 23층까지 이어진 것이다.

콘크리트의 강도 부족과 품질불량으로 철근의 부착 성능도 저하된 상태였다.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트리트 시험체의 강도시험 결과, 17개 층 중 15개 층 시험체가 설계기준 강도(24메가파스칼)의 85%에 미달했다. 사조위는 "콘트리크 제조 및 타설 단계에서 추가적인 가수(加水)에 의한 것으로, 시공관리와 품질관리 체계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정상 시공 상황에서라면 이 같은 위험 요소를 감리자가 선제적으로 파악했어야 하지만, 이 같은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에 따르면 감리단이 현장에서 사용한 검측 체크리스트에는 세부공정 검사항목 등이 빠져있어 사고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가벽'에 대한 구조안정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공사감리 시 전문기술자와의 업무협력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조위는 사고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설계변경 등 주요 의사결정 시 전문기술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감리제도도 감리자가 발주자와 시공사로부터 독립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하며 △레미콘의 생산과정부터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현장품질관리 개선을 위해 품질관리자의 겸직 금지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면계약과 같은 비합법적 하도급 계약을 방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규용 사조위 위원장은 "두 달간 사고원인의 면밀한 분석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조사결과가 붕괴사고의 원인 규명뿐 아니라 향후 유사사고 재발방지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최종보고서는 지금까지 분석된 조사결과 등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해 약 3주 후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라 밝혔다.

최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