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대업을 달성했음에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쉬어 갈 생각이 없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의조(보르도) 김민재(페네르바체) 등 최정예 멤버를 불러 모아 이란과 ‘아시아 축구 최강’ 자리를 놓고 다투겠다는 의지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벤투 감독은 3월 A매치 기간에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A조 9~10차전에 나설 태극전사 25명의 명단을 14일 발표했다.
대표팀은 2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최종예선 9차전 홈경기를 치른 뒤 29일 오후 10시 45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UAE와 최종예선 10차전 원정경기를 갖는다. 2경기를 끝으로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일정은 모두 마무리된다.
현재 A조 2위(승점 20)에 올라 있는 한국은 3위(승점 9) UAE와 승점 차를 11로 벌려, 최종예선 남은 두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카타르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최고의 자원을 끌어 모았다. '에이스' 손흥민을 비롯해 벤투호 최다 득점자인 붙박이 원톱 스트라이커 황의조와 황희찬, 김민재 등 대표팀 주축이 거의 그대로 이번 소집 명단에 포함됐다. 특히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UAE, 이라크와의 최종예선 이후 소속팀에서 부상해 지난 1월에 열린 시리아, 레바논과의 최종예선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부상 탓에 1월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던 황희찬도 4개월 만의 복귀다. 다만 황희찬은 13일 에버턴과 정규리그 경기에서 왼쪽 엉덩이 부상으로 전반 16분 만에 교체된 터라 향후 회복 경과에 따라 소집이 어려워질 수 있다. 벤투 감독은 황희찬을 명단에 포함시킨 점에 대해 "늘 소집 전에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있고, 이번 발표도 마찬가지"라며 원론적으로 설명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됐지만 이란과의 홈경기는 조 1위를 놓고 붙는 빅매치다. 이란 역시 조 선두(승점 22)로 카타르행을 확정했는데, 이번 맞대결에서 한국이 승리하면 조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벤투호는 이란과 최종예선 4차전 원정에서는 손흥민의 선제골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아울러 한국이 이번 이란, UAE와 최종예선 9~10차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카타르월드컵 본선 조 추첨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을 끌어올릴 수 있다. FIFA는 세계 랭킹에 따라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 팀을 4개 포트로 나눠 조를 짜는데, 상위 포트에 속할수록 약팀과 같은 조에 묶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내심 3포트에 포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이란전은) 분명히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고, 조 1위를 달성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발가락 골절 부상에서 회복 중인 ‘벤투호 황태자’ 황인범(루빈카잔)이 빠진 가운데 공격진에는 조규성(김천)이 이름을 올렸다. 또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돼 소속팀 경기에 결장한 정우영(프라이부르크)도 발탁됐다. 수비수에선 K리그1 수원FC에서 뛰는 박민규가 처음으로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중앙 수비수 이재익(서울이랜드)과 골키퍼 김동준(제주)도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벤투호는 오는 21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돼 3월 최종예선 2연전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