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6년 영국 왕 윌리엄 3세는 부족한 국가 재정을 채우기 위해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창문세를 도입했다. 소유 주택의 규모에 따라 과세한다는 취지였는데 창문을 벽돌로 막는 집이 늘어나면서 유리 산업이 붕괴되고 전염병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세금 운영이 점점 엉망이 되고 여론도 악화하면서 결국 영국 정부는 150여 년 만에 창문세를 폐지했다. 세금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예다.
책의 부제처럼 세금의 역사는 ‘뺏고 싶은 자와 뺏기기 싫은 자의 잔머리 진화사’라 할 수 있다. 영국 금융 전문 작가인 저자는 세금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말한다. 조세 제도가 국가의 운명, 즉 국민의 번영과 빈곤, 자유와 억압, 만족과 불만을 결정하고, 전쟁과 혁명 등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사적 사건부터 아주 작은 변화까지 영향을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성모 마리아가 베들레헴에서 예수를 출산한 이유, 미국 남북전쟁에서 관세 수입이 미친 영향, 이슬람교가 7, 8세기에 빠르게 퍼질 수 있었던 요인 등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의 역사를 세금의 관점으로 다시 들여다보게 해준다. 더불어 긱 경제, 인공지능(AI), 로봇, 가상자산 등이 급부상하면서 세계 각국의 정부가 겪는 세금 징수의 어려움도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