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이 치러진 9일, 시민사회단체들은 저마다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기대와 바람을 드러냈다. 단체들의 주문은 각자의 관심과 입장에 따라 다양했지만 공통된 요청도 있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양극화와 불평등이고 이를 풀어나갈 통합과 공존의 정치가 새 대통령에게 부여된 시대적 임무라는 것이다.
정치 분야에선 선거 과정에서 비롯한 갈등·반목의 정치를 화해·통합의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사생결단으로 치닫는 진영 갈등의 치유, 사회경제적 불평등 완화, 다양한 정치세력이 공존하며 유권자 선택지를 넓히는 정치 개혁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 노동자 차별 해소 등을 새 정부의 선결 과제로 꼽았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소규모 사업장은 여전히 중대재해법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돼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며 "비정규직 차별 해결을 위한 산별 노정교섭의 틀도 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노동자 경영 참여 및 노동회의소 도입 △실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감축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대통령 당선인에게 요청했다.
여성계는 선거 과정에서 심화한 젠더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이번 대선은 유력 정치인이 성별을 갈라치기해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차기 정부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 차별금지법 제정 등 이전 정부보다 공고한 성평등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인수위원회 및 내각 구성에서 성별 대표성 확보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다.
경제 분야의 화두는 단연 집값 잡기였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거대 양당 후보 모두 선거 과정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는 풀고 세금은 감면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투기 세력에 기회의 시그널을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 정부는 집값 하락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 공공주택 확대와 공공주도 개발의 구체적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돌봄은 국제적 이슈가 됐다"며 "돌봄국가 책임제와 공공의료 강화로 개인에게 내맡겨진 위기 상황을 국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역별 공공병원 확충 △지역 보건소 인력 강화 △감염병 전문병원 확보를 위한 구체적 재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