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 일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더 아프고 불안해졌다

입력
2022.03.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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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근로환경조사결과 살펴보니...
주52시간제로 장시간 노동 크게 줄어
일자리 전망이나 건강은 도리어 악화


문재인 정부 들어 근로 시간이나 노동 강도가 줄고 고용 차별도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실직 당할 것이란 불안감은 커졌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는 되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6차 근로환경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근로환경조사는 산재예방 정책을 위해 3년마다 작성되는 국가승인통계다. 만 15세 이상 취업자 5만 명을 대상으로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진행됐다. 앞선 5차 조사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7월부터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과 코로나19 유행이 근로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통계란 평가다.

근로시간은 줄고, 노동강도는 약해졌다

조사 결과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노출 △노동강도 △노동시간 △폭력·차별 등 4개 부문은 5차 조사 때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장시간 노동 관행은 확실히 나아졌다. 주 52시간 근무자가 2017년 21%에서 13%로 줄었고, 토요일 근무도 2017년 51%에서 42%로 감소했다. 연구원은 "2018년 7월 주 52시간제가 시행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주 48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비율이 28%로, 2015년 유럽 통계치(16%)에 비해서는 여전히 12%포인트가 높았다. 근로시간은 예전에 비해 줄었지만 절대적 근로시간 자체는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동시에 주 52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이 자영업자는 33%, 서비스·판매 종사자는 27%에 이르렀다. 업종별 근로시간 편차가 크다는 얘기다.

연령·성·학력·출신지역·고용형태 등에 따른 차별과 폭력도 대체로 줄었다. 학력차별은 2017년 5.0%에서 2020년 2.5%로,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도 5.5%에서 3.2%로 줄었다. 다만 성희롱은 0.2%에서 0.4%로, 언어폭력은 4.8%에서 5.4%로 조금씩 늘어났다.

일용직 5명 중 1명 "6개월 내 직업 잃을 수도"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은 되레 늘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일자리 전망이 "좋다"고 응답한 취업자는 2017년 조사 대비 5%포인트 감소한 35%로 나타났다. "향후 6개월 안에 현재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대답한 비율도 12%로 2017년 조사(10%) 때보다 증가했다. 특히 일용직 근로자는 22%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답해 2017년 조사(10%)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근로자들의 건강상태도 나빠졌다. 주관적 건강상태를 '좋은 편'이라고 응답한 취업자는 73%에서 69%로 줄었고, 만성질환, 근골격계질환, 두통·눈의 피로, 불안감, 전신피로, 수면장애 등 건강 상태 관련 문항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불안감과 건강상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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