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백령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곧장 퇴각했다. 경비정에 앞서 NLL을 넘어온 북한 선박은 예인됐다. 남북이 2018년 9ㆍ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선언한 이후 북한군이 NLL을 침범한 첫 사례다. 군은 일단 단순 월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대선과 맞물려 사건을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길이 10m의 북한 선박이 백령도 인근 10㎞ 해역에서 NLL 쪽으로 다가왔고, 군의 거듭된 경고통신에도 30분 뒤 기어이 NLL을 넘었다. 해당 선박을 따라오던 북한 경비정도 오전 9시 49분쯤 NLL을 1㎞가량 침범했다. 이에 우리 해군이 참수리급 고속정에서 40㎜ 함포로 한 차례(3발) 경고사격을 하자, 경비정은 3분 만에 북측으로 방향을 돌렸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경비정이 NLL에 머문 시간은 7분 정도”라고 설명했다.
경비정에 앞서 월선한 북한 선박은 우리 군 당국에 예인돼 조사 중이다. 선박에는 7명이 승선했으며 이 중 6명은 군복, 1명은 사복 차림이었다. 이들은 현재 관계당국의 합동심문을 받고 있는데, 총기나 개인 화기 등 무장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인들은 초기 조사에서 “이삿짐을 나르다가 항로 착오로 넘어왔다”고 진술했다. 귀순 의사도 없다며 북한 복귀를 강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해당 선박에는 위성항법장치(GPS)가 구비돼 있지 않았다. 군 당국은 “민간 어선 여부 등 선박의 정확한 용도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NLL 침범이 하필 대선 전날 이뤄져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올 들어 9번이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대선 사전투표가 진행된 5일에도 정찰위성 개발을 명목으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시험발사했다.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등에서 핵 활동을 재개하려는 징후도 포착됐다.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다.
물론 고의적 침범 여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경비정이 해상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용 함정이긴 해도, 월선 선박을 감시하기 위해 무작정 쫓아왔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군복을 입었다고 해서 군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군 당국은 이날 오전 두 차례 “북측 선박이 남하해 상황을 확인 중에 있다”는 내용의 대북통지문을 보냈다. 정부는 월선자들의 대공용의점 등을 조사한 뒤 송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