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밤사이 진화 작업 덕분에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울진 읍내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울진군은 국도 14㎞구간을 통제하고 죽변면과 울진읍 일부 마을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5일 울진군 등에 따르면 전날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북동쪽으로 10㎞이상 떨어진 강원 삼척시 원덕읍까지 번졌다. 이날 오전부터는 불길이 남하하면서 다시 북면 부구리를 거쳐 울진읍 일대까지 확산했다.
밤사이 삼척으로 번진 산불은 다시 방향을 바꿔 울진 쪽으로 남하하고, 진화 작업 후 남은 불씨가 곳곳에서 살아나는 등 동시다발로 확산하고 있다. 첫 발화지점인 두천리 야산의 불이 재발화해 경북 영양군과 울진군을 잇는 917번 지방도로 일대 산을 태우고 있다.
또 두천리에서 북면 부구리로 옮겨 붙어 한때 한울원자력발전소의 울타리 안까지 번진 불도 살아나 부구리와 북면 나곡리 일대 산으로 확산되고, 삼척과 울진, 영덕 포항을 연결하는 동해안 7번 국도와 해안가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원전을 위협한 불씨도 군데군데 되살아나 이날 오전 한울원전 3·4호기 인근 북면 고목리서 다시 타올랐다.
소방과 산림당국은 울진과 삼척에 헬기 57대와 장비 270여대, 인력 3,000여 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워낙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확산되다 보니 불을 끄는데 애를 먹고 있다.
북면 일대는 7번 국도가 남북으로 지나고 금강소나무가 빽빽한 해발 300m 이상의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산세가 험준한 지역이다. 여기다 봄철 동해안에서 부는 국지성 강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불면서 애써 끈 산불도 순식간에 살아나고 있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바람'이란 뜻인데, 봄철에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고온건조한 강풍을 일컫는다.
울진군청이 있는 울진읍내는 나무가 탈 때 나는 매캐한 냄새와 희뿌연 연기가 자욱한 상태다. 울진군은 이날 오후 12시 39분쯤 울진읍 호월3리와 정림2리에 주민 대피령을 내린 데 이어 12시 54분쯤에는 북면 상당리에도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로 대피해 달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오후 1시 43분에는 북면 바로 아래 해안가 마을인 죽변면 봉평1리와 봉평2리, 울진읍 온양1리, 호월1리에도 대피를 지시했다. 오후 2시 13분에는 울진읍 고성3리와 읍내1리, 읍내5리도 '근남면 노음초등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불이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확산하자, 울진군은 이날 오후 1시 34분쯤 죽변면 후정교차로에서 울진읍을 지나 근남면 노음교차로까지 14㎞ 구간을 통제했다. 이번 산불의 영향구역은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으로 6,066㏊다. 이는 국제공인 축구장(0.714㏊)의 8,496개 면적에 해당한다. 또 주택 116채가 불에 타는 등 158곳에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