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넘는 박재범 소주 사려고 '오픈런'…소주도 고급화 바람

입력
2022.03.05 04:30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인기 요인
MZ세대에 '힙한 술'로…홈술 영향도
칵테일 키트·한정판 등 마케팅도 변화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 오픈한 증류식 소주 '원소주' 팝업스토어엔 오전부터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한 병당 1만4,900원에 나온 고가의 제품이었지만, 1주일간 매일 1,000명 이상이 '오픈런'을 감행해 준비했던 2만 병이 모두 완판됐다. 원소주 판매처인 원스피리츠에선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 1일부터 1인 구매가능 최대 수량을 4병으로 제한했다.

소주 시장에 불어닥친 고급화 바람이 거세다. 한 병에 1만 원 이상인 증류식 소주가 최근 자리한 홈술 문화와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구매력을 갖춘 4050세대가 즐겼던 과거와 달리,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추구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프리미엄 소주를 찾게 되면서 관련 시장은 한층 더 활기를 띠게 됐다.

4050세대 전유물서 '힙한 술'이 된 증류식 소주

4일 업계에 따르면 3년 전 400억 원 규모였던 프리미엄 소주 시장은 올해 700억 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8% 올랐고, 광주요그룹의 '화요'는 지난해 20%가량 매출이 뛰었다. 프리미엄 소주는 쌀, 보리 등 곡류를 발효시킨 뒤 증류해 받아낸 증류식 소주로 가격은 높지만 풍미가 부드럽고 숙취가 덜한 게 특징이다.

업계는 홈술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취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소주의 풍미와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1일 원소주 팝업스토어를 찾은 직장인 김모(34)씨는 "소줏값도 오르는데 돈을 좀 더 보태서 집에서 좋은 술을 즐기고 싶다"며 "요새 과음을 하지 않아 한 병만 사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MZ세대의 유입도 프리미엄 소주의 대중화를 불러왔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몇 년 새 유통망이 확대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졌고, 최근 과시형 소비 '플렉스' 문화가 뜨는 가운데 프리미엄 소주가 '힙한 술'로 각인되면서 수요가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 잡아라'…칵테일 키트에 한정판 소주도

재미와 희소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을 반영해 마케팅 전략도 바뀌고 있다. 광주요그룹은 소주에 음료수를 섞어 마시는 칵테일 문화가 커지자 지난해부터 농심 음료수 '웰치 오렌지'를 담은 칵테일 패키지 '화요 웰치 세트’와 여러 칵테일 제조 도구를 담은 '화요 홈텐딩 키트'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부터 한정판 ‘일품진로’를 선보였는데, 지난해 8,000병 한정 판매한 '일품진로 21년산'은 16만5,000원이라는 고가에도 완판됐다. 일품진로 매출 신장으로 회사는 올해 공장 생산라인 증설도 검토 중이다. 미국의 한국계 패션 디자이너 에바 차우가 론칭한 소주 브랜드 '키소주'는 일부 백화점과 고급 호텔에서만 판매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키우고 있다.

원소주는 이달 말부터 온라인 판매에 착수, 접근성을 높여갈 방침이다. 원소주는 지역특산주로 분류돼 주세법상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원스피리츠 관계자는 "1차 판매에서 원소주로 만든 칵테일과 굿즈를 선보이고 인증샷 촬영을 유도하면서 '감성'을 팔기 위해 노력했다"며 "MZ세대를 확보하고 향후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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