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러시아 수출통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피해도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특히 중소기업의 주요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중고차)와 철강판, 화장품, 자동차부품 등에 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3일 발간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로 인한 대(對)러시아 제재가 반도체 수급 차질뿐 아니라 중소기업 수출에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중소기업 수출의 10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어 국제통신간은행협회(스위프트·SWIFT) 퇴출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기업은 일시적 결제대금 지연 및 중단에 따른 손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수출액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교역현황을 보면, 대우크라이나 수출액은 3억3,000달러로 전체 수출의 0.3%를, 대러시아 수출액은 27억5,000달러로 전체 수출의 2.8%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체 수출액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2019년 45.2%에 머물던 중소기업의 우크라이나 수출액은 지난해 56.2%로 증가했다. 러시아 수출액은 같은 기간 30.4%에서 27.8%로 다소 줄었지만, 수출규모는 77억7,400만 달러에서 99억8,3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중소기업이 러시아에 수출하는 주요 품목 비중은 자동차(중고차) 24.4%, 화장품 9.9%, 철강판 5.1%, 자동차부품 4.7% 순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수출품목 역시 자동차(중고차)가 26%, 철강판 20%, 화장품 13%, 자동차부품 8% 순으로 비슷했다. 보고서는 "특히 자동차와 철강판의 수출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 측은 "과감함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안전함이 필요하다"며 우리 기업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통상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단기적·제한적 경향을 보이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경제 여건과 맞물려 파급효과가 예전에 비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연구원은 또 보고서에서 "스위프트 제재가 현실화하면 국내 기업은 일시적으로 결제대금 지연·중단에 따른 손해가 예상된다"며 "달러 결제 제한시 러시아가 루블화 결제 또는 가격인하를 요구하게 되면, 루블화 평가절하에 따른 환차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현지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무역대금 결제 지연과 환변동 확대 가능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