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이 20억 원을 들여 6개월간 실내수영장을 개보수한 끝에 2일 재개장했다. 그러나 철골 구조물에 슨 녹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녹물이 흘러내리는가 하면, 보행덱(deck) 타일 밑바닥엔 방수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부실 공사 논란에 휩싸였다.
구례군은 이날 구례읍에 위치한 실내수영장(지하 1층 지상 2층) 시설 개보수 공사를 마무리 짓고 다시 문을 열었다. 구례군은 2009년 준공한 실내수영장의 천장 등 철골 구조물 부식이 심해 금속 이물질이 수조로 떨어지는 등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사업비 20억 원을 들여 지난해 9월부터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주요 공사 내용은 철골 기둥 페인트 및 녹 제거, 방청 및 내화 페인트 도포, 지붕 패널 신설, 천장 교체, 바닥 타일 교체 등이다.
그러나 철골 구조물 녹 제거가 날림으로 시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외부 온도차로 인한 결로 현상이 심한 수영장 특성상 철골 구조물에 녹이 발생하기 쉽고 녹 제거를 위해선 구조물 표면에 입자가 고운 모래를 고압으로 쏘아 미세하게 갈아내는 샌딩 작업이 필수다.
그런데 이번 개보수 공사에서 샌딩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방청과 내화 페인트가 칠해진 철골 기둥 표면에 녹물이 흘러내리고, 일부 기둥에선 녹 덩어리가 떨어져나간 모습도 발견됐다. 수영장 안전 요원 A씨는 "녹 제거 작업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수 차례 구례군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구례군은 이에 "지난해 12월 부식이 심했던 천장 구조물인 C형강이 철거가 덜 된 상태에서 비가 오면서 녹물이 철골 기둥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같은 달 중순쯤 C형강이 모두 철거된 이후 녹물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녹물 발생 주장은 오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지난 7일 촬영한 철골 기둥 사진에는 흰색 내화 페인트칠 위로 녹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구례군이 최근 별도 예산 900여만 원을 들여 철골 기둥들을 복합 패널로 감싸는 공사를 한 것도 "녹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감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구례군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영장 수질 안전 문제도 불거졌다. 녹 제거를 위한 샌딩 작업 과정에서 날린 녹가루와 모래가 상당량 수영장 수조로 떨어져졌지만 구례군이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물을 채운 탓이다. A씨는 "샌딩 작업 당시 수조를 천막과 비닐, 부직포로 3중으로 덮어 씌워 녹가루가 날아들지 않게 해야 한다고 공사 관계자에게 요구했지만 달랑 부직포 하나만 수조 바닥에 깔고 공사를 했다"며 "수조 청소도 불량해 재개장 첫날 녹가루 등 침전물이 있는 상태에서 주민들이 수영장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수조 밖 보행덱 타일 및 바닥 난방 배관 교체 작업 과정에서 타일 아래 방수층에 방수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업체 측에서 배관 설치 후 묽은 모르타르로 미장 작업을 하고 그 위에 방수 처리를 해야 하는데, 모르타르가 굳지도 않은 상태에서 5일 만에 타일을 깔았다"며 "당시 모르타르가 양생이 안 된 채 타일을 깔면 겨울철 난방 시 타일이 들뜬다는 타일 시공 작업자의 지적을 구례군에 전달했으나 구례군은 '난방을 당분간 안 하면 된다'고 말해 황당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방수 처리를 하면 굳는 데만 20일 소요되는데, 미장 작업 후 5일 만에 타일을 깔았다는 건 결국 방수 처리가 누락됐다는 얘기였다.
구례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A씨가 공사 과정에서 문제점들을 지적해 일부 개선한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방수층 방수 누락 등에 대한 A씨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다. 시공업체 측도 "타일 밑바닥층에 아스팔트유액으로 방수 처리 후 3일간 누수 시험까지 했고, 복합 패널도 안전과 미관 등을 고려해 설치한 것"이라며 "샌딩 작업이 일부 미흡한 부분은 있겠지만 A씨 주장차럼 절차를 무시하고 공사를 하지는 않았고 후속 작업도 완벽하게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