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침공' 허 찌른 푸틴... 일격당한 국제사회 고강도 제재로 맞불

입력
2022.02.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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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진입 아직"이라던 푸틴, 제재 나오자 전격 침공
"동부 친러시아 지역만 진입" 전방위 공격 뒤통수 
허 찔린 서방 "가혹한 제재"로 응수

러시아의 급작스러운 전면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국제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지배 지역인 이른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지역에 군대를 보낼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를 통해 진입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역이 전화(戰禍)에 휩쓸렸다. 푸틴의 일방통행에 허를 찔린 국제사회는 고강도 경제 제재를 예고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24일(현지시간) 새벽 5시를 기해 우크라이나 동·남·북 3방향으로 침공했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DPR·LPR 독립 및 러시아군의 군사행동 승인에 대해 '1단계 제재'를 발표하자, 전날까지도 "군대 진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현지 상황에 달렸다"고 말한 푸틴 대통령이 더 강한 무력 사용 카드를 불시에 던진 것이다. 이날도 푸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이고 작전의 유일한 목표는 (돈바스) 주민 보호"라고 역설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공격을 단행했다.

실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입이 동부 지역에 한정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면전 상황은 우크라 전역에서 목격됐다. CNN방송은 특파원 및 현지 목격자들을 인용해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제2 도시 하르키프 △도네츠크 북부 크라마토르스크 △중부 드니프로 △동부 마리우폴 △흑해 인접 해안 도시 오데사 △동남부 자포리지아 등에서 폭발음이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또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80㎞ 떨어진 러시아 벨고로드에서도 포탄 발사로 추정되는 규칙적인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러시아 지상군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했다는 소식도 잇따른다. CNN은 이날 오전 6시 48분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 접경지역을 통과해 남하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부 오데사에 러시아군이 상륙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무력화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른바 ‘정밀 무기’로 우크라이나 공군 및 기반시설을 파괴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관계자는 이날 최소 1명이 키예프 인근 브로바리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숨졌으며 부상자도 있다고 밝혔다고 독일 공영 도이치벨레(DW)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 태세로 대응하기로 했다. 계엄령을 발령하고 예비군을 소집하는 등 전시 상황에 돌입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국제법에 따라 자위권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군은 온 힘을 다해 침략자를 물리치고 우크라이나 땅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일격을 당한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로 맞불을 놓기로 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은 “단호한 대응”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면서 최상위 제재를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드미트로 툴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이날 “세계는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꼭 해야 할 다섯 가지 리스트를 올렸다. △러시아의 국제금융결제망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퇴출을 포함한 파괴적인 제재 △모든 수단을 동원한 국제사회에서 러시아 고립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장비 지원 △재정 지원 △인도주의적 지원 등이다. 국제사회는 이날 예정된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제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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