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호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는 ‘동물 해방’에서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지 않는 것이 확실할 경우에야 사육이나 도살, 동물실험도 용납될 수 있다고 했다. 열렬한 동물권 수호자인 '반종차별주의'의 저자는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생명은 존재 그 자체로 똑같이 귀하게 여기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 제목은 인간 종에 속한다는 이유로 다른 동물을 죽이거나 학대하거나 착취하는 등 일체의 가학 행위에 반대한다는 개념이다.
저자의 주장은 다분히 급진적이다. 동물에게도 비인격 인격체로서 지위를 부여하자고 한다. 네 가지 기본 권리인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 고문당하지 않을 권리, 상업의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 감금당하지 않을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을 위한 환경보호 차원의 생태학이 아니라 생태 민주주의라는 야심적 정치 체제에서 구현되는 생명 존중의 근본생태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과 동물, 자연의 화해를 위한 21세기 동물권 선언이다.
저자는 과학적 관점, 윤리적 쟁점, 언론의 영향, 경제 논리, 법률과 정치 등 동물 권리와 연관된 문제들을 끄집어내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의 허점과 부당함을 드러낸다. 반종차별주의자들 간의 입장 차이도 밝힌다. 육식을 살인, 성범죄와 연관시키는 부분은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지만, 조금씩 육식을 줄이는 온건한 방식으로라도 반종차별주의에 동참하자는 제안에는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