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악화일로에 들어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긴급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주요 업종 우크라이나 사태 및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당초 이날 회의는 반도체, 자동차 등을 비롯한 업종별 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한국무역협회 등 수출지원기관과 무역수지 흑자 전환을 점검하고 모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독립을 승인하고, ‘평화 유지’ 명목으로 러시아군 진격을 명령하면서 긴급 현안이 추가됐다. 여 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현재까지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수출, 에너지 수급이나 공급망 등에 대한 점검도 이어졌다. 전체 수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5%와 0.1% 수준이어서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고, 에너지도 이미 체결된 장기 수급 계약 등을 통해 물량이 확보된 만큼 단기적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무력 분쟁이 발생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실물경제대책본부’ 내에 ‘무역안보반’을 가동할 계획이다. 무역안보반은 실시간 상황 점검, 수출 기업 및 현지 기업의 물류 확충, 거래선 전환, 무역보험 확대 등을 지원한다. 코트라는 무역투자24를 통해 수출입기업의 어려움을 실시간으로 접수하고, 글로벌공급망실과 해외무역관을 연계해 핵심품목 공급망을 집중 점검한다. 무보는 비상상황 발생 시 수출기업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수출신용보증 무감액 연장, 해외 신용조사 서비스 등 긴급지원 방안을 준비할 계획이다. 무역협회는 긴급대응지원반을 가동, 우리 기업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관련 동향과 대(對)러시아 제재 등을 설명하는 업계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재계도 긴장 속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네온 가스 등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원료의 수급이 불안정해질 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이어질 경우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PC) 등 제품이 포함돼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도 크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무력 충돌 이후 환율이나 유가, 원자재 가격 급등 등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