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한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외교전에 나선다. 인도·태평양 협력에 관한 장관회의 참석차 21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현지에서 유네스코 사무총장 및 위원국 외교수장들과 만날 예정이다. 정 장관은 사도광산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설명할 계획이다.
정 장관은 2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인·태 장관회의에 참석해 한반도 문제와 신남방정책 등을 논의한다. 인·태 장관회의는 지난해 9월 인도·태평양 전략을 채택한 유럽연합(EU)과 올 상반기 EU 의장국인 프랑스가 역내 주요국을 초청해 성사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유럽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의 출장에서 주목받는 일정은 인·태 장관회의 참석 후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과의 면담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네스코 유산 관련 현안 및 한·유네스코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일관계 현안인 일본의 사도광산 문화유산 등재 시도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2015년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문화유산 등재 당시 일본이 약속한 후속조치(강제노역 사실 설명 등)부터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할 계획이다.
정 장관은 22, 23일 그리스, 불가리아, 인도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과의 양자회담에서도 양국 현안 외에 사도광산에 대한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군함도 등재 당시 일본의 약속 미이행 상황을 지적하는 것은 사도광산의 등재 여부는 최종 결정까지 1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추천서가 제출된 직후인 데다 앞으로 추천서 완결성 검사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심사 등을 거쳐 내년 6, 7월쯤 세계유산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정부는 군함도 사례는 물론 절차적 문제도 부각하면서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제 여론을 조성해 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개정된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에 있는 '등재 신청 전 잠재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 관련국과 건설적 대화를 하라'는 권고를 근거로 삼고 있다.
다만 유네스코에서 일본의 입지는 걸림돌이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유네스코 분담금 분담률은 2위(11.05%)인 반면 한국은 10위(2.9%)인 만큼 일본의 입김이 세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