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수 1위 일본서 병상 압박이라니… 의료 체계 정부 지휘권 강화해야”

입력
2022.02.21 17:33
니혼게이자이신문, 日 의료시스템 비판


“구미가 일본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는 훨씬 많은데, 인구당 병상 수가 선진국 중 1위인 일본의 의료는 빠르게 병상 압박을 겪는다. 일본의 의료 체계는 왜 이렇게 취약한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코로나19 확산 이래 지적된 일본 의료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민간 의료기관에 공공성과 정부 지휘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았다. 국민건강보험제도를 근간으로 한 일본의 의료 체계는 한국과 매우 유사하고 한국의 의료 체계도 코로나19 유행 기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는 점에서 신문의 진단에 관심이 쏠린다.

니혼게이자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지자체에 의한 의료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공공 부문이 민간 의료기관에 대한 지휘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일본의 병원이나 진료소의 80%는 민간 경영이므로 정부나 광역지자체의 지휘권이 미치지 않고,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대응 여부도 의료기관의 임의적 선택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간 의료기관 중 상당수가 감염 우려를 이유로 코로나19 환자 검사나 진료를 기피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민간 병원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거나 병상을 확보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당한 금액의 지원금을 줘야 했다. 신문은 “의료 접근이 막힌 상황에서도 정부나 지자체는 의료기관에 지시나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며 "여러 차례 총리나 후생노동장관이 의료계에 협력을 부탁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통치권 결여를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개업하고 진료과목을 결정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특권적 취급을 받고 있다”며 “후생성이 의료기관을 배려해 오랜 세월 개혁을 게을리해왔다”고 꼬집었다.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급여가 의료기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민간 병원에 정부나 지자체가 간섭할 수 없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보험 진료를 담당하는 병원과 진료소의 경영은 국민이 낸 보험료와 세금으로 지탱되고 있다”며 “공적인 의료 인프라를 구성하는 보건 의료기관이 공익상 중요한 의료 정책에 협력할 의무를 지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법 개정을 서둘러 일정한 책무를 지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신문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 구사해 의료 자원의 파악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중증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으로 환자를 늦지 않게 수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팬데믹이 벌어지는 등 의료 유사시에는 정책이나 제도를 총괄하는 사령탑을 정부에 신설해 대응하도록 하고, 긴급한 상황에서는 치료약이나 백신을 조기에 승인하고 국가 주도로 임상시험을 단행하는 등 ‘의약 이노베이션’도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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