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C ‘창동~도봉산’… 지상화 변경 예산은 원안대로 보고... 단순 실수?

입력
2022.02.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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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화 공사 시 3000억·1년 추가소요
국토부·민투심 "1년 넘게 사업 축소 몰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중 ‘창동역~도봉산역’ 구간이 당초 지하화에서 지상화로 변경됐지만, 국토교통부가 사업비를 원안대로 기획재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한국일보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GTX-C노선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2월 국토부는 해당 사업 전용구간을 기존 타당성 조사 때보다 축소된 ‘정부과천청사역~창동역’으로 기재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에 상정했다. 하지만 사업비의 경우 타당성 조사 원안에 담겨 있는 비용(4조3,857억 원)을 그대로 보고했다.

GTX-C노선은 경기 수원시 수원역부터 경기 양주시 덕정역까지 74.8㎞에 이르는 민간투자 방식의 수도권 광역급행열차로, 당초 서울 전 구간을 지하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투심 심의 요청 과정에서 1호선(경원선) 철로 공유 구간이 도봉산역에서 창동역까지 5.4㎞ 늘어났다. 민간투자시설사업은 실제 사업내용이 타당성 조사와 달라지면 사업비도 변경해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사업비 변경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GTX-C노선 도봉구간 지상화 결사반대 투쟁위원회’ 등은 국토부가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컨소시엄에 결과적으로 유리한 혜택을 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국토부의 사업비 변경 미신고로 현대건설컨소시엄은 ‘지하화’를 기반으로 한 사업예산으로, ‘지상화’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해당 구간을 원안대로 재변경할 경우 약 3,000억 원의 사업비가 추가되고, 공사기간도 최대 1년가량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GTX-C노선 ‘창동역~도봉산역’ 지상화 추진이 오 의원을 통해 알려진 지난해 12월까지 담당 과장과 서기관이 1년 동안 해당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의를 의결한 민투심 역시 사업내용 변경사항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오 의원실 관계자는 "문구 하나에 수백에서 수천억 원의 국민 혈세가 왔다 갔다 하는 중요한 사업인데, 몇 차례의 보고 절차상에서 정부가 내용 변경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큰 문제"라며 "GTX-C노선 지상화로 도봉구민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혈세 낭비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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