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여 가구가 건설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주목을 받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택지비 감정평가에서 '재검토' 결정을 받아 중도금 대출과 특별공급에 물꼬가 트이게 됐다. 실수요자들의 입주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급 가뭄에 허덕이는 서울 분양 시장에도 활력이 돌 전망이다.
20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은 이달 초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택지비평가서 검토 요청'에 재검토 의견을 결정했다. 앞서 강동구청이 감정평가법인 두 곳으로부터 둔촌주공의 택지비 평가액을 ㎡당 2,020만 원으로 통보받고 부동산원에 적정성 검토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원은 검토 보고서를 통해 △비교표준지 선정의 적정성 △가격형성요인비교치 산정과정의 적정성 △평가방법 적용 과정상의 균형성 등 7개 항목 전부에 대해 재검토 의견을 회신했다. 평가액의 산정 근거가 되는 비교 사례가 부적절해 비용이 과다 계상됐을 우려가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부동산원은 "검토 대상 감정평가서는 해당 토지와 유사한 가치를 지닌 인근 토지의 조성사례가 전무하다는 근거로 '서초구 신반포 15차' 등의 비용추정액을 활용했으나 인근 길동 신동아1·2차 아파트, 둔촌동 삼익빌라, 잠실 진주 아파트 등이 존재하는 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둔촌주공의 택지비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같은 강동구 소재 신동아의 택지비 평가액(㎡당 1,315만 원)은 공시지가의 1.7배에 불과한데, 둔촌주공은 공시지가(986만 원)의 2배가 넘어서다. 이 때문에 업계는 둔춘주공의 택지비도 공시지가의 1.7배 수준인 ㎡당 1,700만 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일반 분양가격도 3.3㎡(평)당 3,200만~3,300만 원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당초 업계에선 ㎡당 2,000만 원이 넘는 택지비를 감안하면 평당 분양가가 3,700만 원 선까지 올라 전용 59㎡ 타입마저 분양가가 9억 원을 넘길 것으로 점쳤다.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하고 투기과열지구에서는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분양 시기는 여전히 미지수다. 택지비 재검토로 분양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은 물론, 분양가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공사비 확정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 입장 차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일반분양 물량이 4,700여 가구라 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겁지만 분양가 산정에 진통을 겪으면서 수차례 분양이 무산된 바 있다.
조합 관계자는 "연내 분양이 목표지만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갈등이 지속될 경우 자구책으로 조합원들의 자체적인 자금 마련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